'백탑파 시리즈'의 두번 째인 이 소설은 첫 번째인 '방각본 살인사건'에 이어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더불어 새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조선 정조 중기 청나라를 비롯한 해외문물을 받아들인 개혁학자들, 즉 소위 ’북학파’(책에서는 ’백탑파’라 칭함)들은 정조의 개혁정치와 맞물려, 정조의 신임을 일부 얻어 규장각에 발탁되어 5년간 치열하게 학문과 지식을 쌓고 정사를 담당한 후, 현실정치를 익히고 현실에서 개혁을 실천하라는 정조의 명을 받아 개별 현의 장으로 나가게 된다.(홍대용은 이미 죽었다고 설정되어 있고 박지원은 반대파들에게 밀려 낙향한 상황이다. 작가는 이렇게 역사와 현실을 상당부분 인정하면서 소설을 전개하고 있다.)

 

 이덕무는 경기도 파주 적성 현감으로, 김홍도는 경상도 안동부 안기찰방(교통통신 업무)로,  봉해졌다. 그즈음 정조대왕은 박제가를 비롯한 규장각 ’백탑파’ 검서관들에게 전국 각지에서 추천하는 열녀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지시받고 이덕무, 이명방, 김진 등과 밤을 세워 검토하던 중 이덕무가 재직 중인 적성에서 신청한 ’열녀적성김씨전’을 대상으로 의금부도사 이명방과 규장각 검서관 김진은 조사에 착수한다.

 

 수십개의 열녀 추천문서 중 화광 김진은 다소 이상한 글을 발견한다.처음에 다소 시큰둥하던 이명방도 김진의 이야기를 듣고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된다. ’김씨전’은 전후맥락이 너무 완벽하여 오히려 의심이 갔고 이명방과 김진이 열녀를 둘러싼 사람과 사정을 조사하던 중 이해관계자와 주변사람들이 입을 맞추면서 조사를 방해하고 한성 판윤과 경기 감사 등이 압력과 회유로 조사를 역시 방해한다. 열녀 ’김씨’가 남편을 여의였으나 몇 년간 집안을 일으킨 후 남편을 그리면서 자살했다는 것...

 

 이명방은 ’야소교(천주교)도’를 색출하라는 명령을 집행하고 있기에 내키지는 않았으나, 어명이기에 조사에 마지못해 따른다. 이명방과 김진이 우여곡절 끝에 실마리를 찾고 한 사람씩 자백을 받아내는 사이 이해관계자와 주변인물이 한 명씩 살해되고 급기야 조사를 진행 중인 이명방과 김진에게도 살해 위협이 닥친다.

 

 미궁에 빠질 뻔한 조사는 김진의 지혜와 백동수의 협조에 힘입어 ’김씨전’을 둘러싼 내막을 밝혀낸다. ’김씨’는 ’열녀’ 이상이며 조선시대를 뛰어넘는 ’여성상’이었다.

 

(’하’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