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그에 대한 호불호는 뚜렷하게 나뉜다.
특히 세대 간의 차이가 심한 듯하다.
정치적 활동이야 어떤 상반된 평가를 받든지 간에,
지식소매상으로서 그의 책을 읽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 책은 저자의 젊은 시절에 뚜렷한 각인을 남긴 책들을 다시 읽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꽤나 진솔하게 그의 고민과 이 사회에 대한 견해가 묻어난다.
후기에서 스스로 밝혔듯, 이 책에서 다룬 여러 책들에 대한 견해는 저자의 한 시각일 뿐이다.
그것이 책에 대한 단일한 해석이 아님을, 
지식소매상으로서 고전에 다가가는 하나의 길을 제시하는 것임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우매한 민주주의의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매우 고무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맹자, <맹자>
최인훈, <광장>
사마천, <사기>
알렉산드르 솔제니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찰스 다윈, <종의 기원>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

제목만 보아도 선뜻 다가서기 힘든 문헌들이다.
이 중에 제대로 읽어본 것이 손에 꼽힌다.
그러나 읽지는 않았으되, 꼭 읽은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익숙한 제목들이다.
고전이란 항상 그런 것.
어렸을 때부터 축약된 요약본 도서, 혹은 요약 줄거리를 안내하는 수험서를 읽으며 친숙해진 것이
지금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들 아닌가.
비단 저자의 추천작들 뿐 아니라, 아직 손대지 못한, 알지도 못하는 귀한 책들이 많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읽어나가려는 의지이다.
벌써 수십년을 살아오면서 깊이 사고하며 읽은 책이 몇 권 되지 않은 이 땅의 숱한 청춘들에게
이제 갓 세상에 나가 길을 찾는 저자의 딸에게 들려주듯 세상에 대한 거시적 시각이 있음을 알려준다.
직접 읽지는 못해도, 이런 안내서만으로도 일상에 파묻혀 살아가는 것만이 행복이 아님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눈망울이 반짝이는 조금 더 어린 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