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단체에서 주관한 해외자원봉사를 다니기 전까지
나는 불교의 문외한이였다. 숲을 좋아해 절 역시 좋아하긴 했으나
그것은 절에서 풍겨오는 고요함과 한적함의 느낌 때문이여서지니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불교의 교리를 접하고 봉사를 하며 인도 성지순례를 
통해 부처님의 말씀을 접하며 나는 소위 업이라고 말하는
그런 부분들을 알 수 있었고. 이유없이 힘들었고 괜시리 울기도 한
날들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앎은 앎자체만으로 나에게 위로가 되었고 
또한 나를 바꾸어놓기에 충분했다.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나 자신에게 깨어있기만 해도
하루가 충만되고 행복한 느낌.

하지만 학생시절이 지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직접 법당에 가서 스님들의 법문을 듣기도
아니면 법우들을 만나 마음을 이야기하기도 힘들어지면서
또한 다시 예전처럼 이유없이 힘들고 울기도 하는 그런 날들이 생겨나고
충만했던 경험들은 많이 바래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그냥 그러려니. 애쓰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을 느끼며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법정스님의 말씀을 만났다.
다정하지만 곧고 청정한 스님 말씀을 읽노라니
예전 4년전에 그 때 처음 모든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온다는
명심문을 접했을 때의 그 깨달음처럼
날카롭게 나를 찌르기도 포근히 나를 감싸주기도 하며
마음이 조금씩 차오르고 부풀어 오른다.
또 깜빡하고 있던 진짜 행복을 다시 기억해 냈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본래의 선한 성품을 찾아 더불어 살아가는 것
속에 참행복이 있다는 스님 말씀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 깊이 공감하고 또 공감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역시 길상사의 뜰 앞에서
봄바람을 맞으며 스님의 이야기를 문넘어로 듣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스님의 건강을 오래오래 지키셔서 행복하고 기쁜 깨달음
을 또한 오래오래 전해주시길 빌어본다.


본문 중..(p334)

사람이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씨앗이 묻혀서 꽃피고 열매 맺기까지는
사계절의 순환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기다림과 그리움이 동반됩니다.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은 당장 움켜쥐기보다는 쓰다듬기를 좋아합니다. 
목표를 향해 곧장 달려가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직선이 아닌 곡선의 묘미를 압니다. 
여기에 삶의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행해하지 마십시오. 
그 나름의 의미가 다 있습니다. 때로는 천천히 돌아가기도 하고, 
가다가 쉬기도 하고, 또 길을 잃고 헤맬수도 있어야 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국도나 지방도로를 달리면 훨씬
여유가 있습니다. 둘레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한마디로 죽으러 가는 사람입니다.
출퇴근 시간 바쁠 때 보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가 앞서려고 합니다. 
만약 화장터나 묘지,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면 서로
뒤처지려고 할 것입니다. 시간을 즐기는 사람은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입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의 노예가 되지 않습니다. 
그 일을 자기 삶의 소재로 생각하고 모든 과정을 즐길 줄 압니다.
모든 일을 삶의 소재로 삼으십시오. 그래야 일을 하되 그 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