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과축제같이 졸업하신 선배님들이 오는 날들이 있었다.
동아리 방으로 찾아온 선배들은 수업듣느라 후줄근했던 우리들과 달리
확신있는 말투와 태도 자신감 있는 발걸음.
멋진 차와 근사한 옷을 차려 입고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헐벗고 굼주렸던 우리들에게
맛있는 저녁과 술을 사주었다.
우리 모두는 선배님들의 이름을 외치며
연호했고 선배님들의 바깥세상이야기를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
그런 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캄캄한 버스를 타고 광주로 나오면서 선배들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나도 졸업하면 저런 근사한 모습이 되야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꺼야 하며
으샤으샤 힘을 내고 막연했던 미래에 조금의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
어제 오늘 EBS CEO특강을 읽으며 벌써 몇년이나 지난
그때의 그느낌이 왠지 고스란히 느껴진건 우연일지 아니면 당연한 건지.

안철수. 이승한. 
정만원. 신훈.
이계웅. 김동수.
김진수. 김동녕.
유순신.

책상에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쐬며 읽어내려간 책속에 그들은
신문에서 보던 딱딱한 활자가 아니라
꼭 알고 지냈던 선배처럼 멋진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도전했으며 실패하기도 했지만 꿈을 버리지 않았고
그들의 원하는 삶을 살며 원하던 성공을 누리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쩌면 낯선 이인 나에게도
너도 할 수 있다 너도 원하는 삶, 가슴뛰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다독이고 응원하고 나를 믿어주고 있었다.
본인도 지금의 나처럼 힘들었지만 그 시간은 지나가는 법이라고
위로해주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물먹은 솜마냥 무거웠던 마음이
어느덧 가볍고 희망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사회에 나온지 벌써 4년차에 들어간다.
1년차 2년차때는 모든게 어색하고 손에 설익어 하루하루 
부단히 살기에도 24시간이 부족했고 고민도 없었다.
그걸로 행복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작년말부터 올해까지
..자꾸 일이 하기가 힘들어지고 늘어지는게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손에 잡기가 힘들었다.
일은 날마다 편해지고 있는대도 행복하지가 않았다.
이유를 모르게 우울해지는 날도 있었고
그런 날이 누적이 될 수록 우울함은 깊어졌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래 나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나에게도 이제 도전이 필요한 것이였다.
이유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주변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힘이 나도 생기가 생긴다.
하지만 아는 것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모르는 것과 같은 법. 이제 또 나에게는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나보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선배님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듯
기쁘고 즐거웠다. 어떤 선배는 맹렬하게 나를 비판하기도
어떤 선배는 요목조목 객관적으로 이야기하기도
또 어떤 선배는 나를 다정히 끌어 안아주기도 했었지만
모두 내가 좋아하는 멋진 선배들이였다.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운.


그리고 나도 언젠가 후배에게 이런 멋진 선배가 되리라 욕심내어 본다.



*그제 외래를 보고 있는데 택배가 도착했단다.
무슨 일이지? 난 주문한 적이 없는데 하며 올라갔더니
마리북스 리뷰어를 신청한 것이 당첨이 되었나 보다.
오호....
선물을 받는 것도 기쁘지만 평소에 갖고 싶은 것을 선물 받을 때
그 기쁨이 곱절이 되는 것 처럼
안되면 사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꼭 읽어야 겠다 생각했던
책을 이렇게 받고 나니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