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정석>은 그 제목만으로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관련 서적으로 여겨져서 처음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한국인의 6가지 걱정에 답한다'라는 부제와 그 6가지의 걱정거리가 무엇인지를 살펴 본
다음에는 나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겠구나하고 마음이 달라졌고, 책을 다 읽은 지금에는 이 책을 안
읽었으면 어쩔뻔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서해안에 태풍이 상륙할 확률 80%, 그런데 내일 서해안에 있는 섬에 놀러가기로 했다고 치자.
아이들은 이미 기대감으로 한껏 들떠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과연 태풍이 비껴갈 확률 20%에 베팅해서
섬 여행을 강행하려는 부모가 있을까?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런 부모들이 너무 많다.'
이러한 걱정어린 목소리로 시작되는 <부의 정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위기에 봉착한 개인의 대응 방법을 다룬 2부에 앞서, 개인들이 겪게 될 6가지 걱정거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급선무임을 강조하며 1부를 더욱 심도있게 다뤘다.

먼저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낙관(환상)이나 부정(공포)가 아닌 객관적으로 보라고, '긍정의 힘'은
미래에 닥칠 어려움을 헤쳐나갈 때 적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소심한 나는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정말 그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고
암울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려면 미래학자인 저자가 독자들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기 위해 책을 쓰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저자가 걱정하는 것은 국가나 기업 이전에 힘없는 '개인들'이었다.
대기업은 쌓아 놓은 현금이 있고, 한국에서 안되면 외국으로 나가도 된다.
금융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자기 부실을 덮을 수 있고, 정부는 권력으로 문제를 국민에게 떠넘긴다.
위기가 닥칠 때 가장 고통을 받는 경제 주체는 바로 개인이며, 과거와는 달리 온전히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에는 개인들 스스로가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최소한의 생존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1부에서는 부동산 버블 붕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 부채의 덫, 일자리 감소,
퇴직연금 붕괴, 세금 폭탄 등 6가지 걱정거리를 섬뜩할 정도로 확실하게 파헤쳐 주고 있는데, 이어지는
2부에서 말하는 구체적인 조언들이 나와 동떨어진 먼나라 얘기가 아니라 마음먹고 노력한다면 실천
가능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한껏 불안해졌던 나의 마음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기도 했다.
우리가 궁금한 부의 정석을 3가지의 창과 방패로 설명하면서 방어적인 방법과 공격적인 방법을 조화롭게
소개하고, 이것을 다시 연령대별 미래전략으로 조목조목 짚어 주고 있는데, 저자의 말처럼 <부의 정석>이
100% 확실한 '예언'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러나 상상만으로 써낸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미래학자로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면서 얻게 된 정교한 시나리오이고, 그렇게 제시된 가능성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 여건은 모두 다르겠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 이 책을 통해 미처 몰랐던 현실을
깨닫고 앞으로의 방향을 다잡아 나가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과거의 우리 행동이 오늘을 만들었던 것처럼, 오늘의 우리 행동이 내일을 바꿀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에,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준비하고 준비하고 또 준비해야 한다고.
그래서 언젠가 나도 '영혼이 있는 부자'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