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이며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의 저자인 박웅현의 '인문학 강독회'를 고스란히 책으로 담아내어
강독회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읽는' 강독회로 만날 수 있도록 해준 <책은 도끼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렇듯 책으로 그의 특별한 강독회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참 다행스럽고
뜻 깊은 일이 되었다는 것.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라는
카프카의 말을 화두로 던지며 시작되는 <책은 도끼다>는 그의 전작과는 달리 광고나 창의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에게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가 되어 주었듯, 더 많은 이들에게
또한 '도끼'가 되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 책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 그 기쁨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던 저자, 책을 많이 읽었어도 불행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하는 그가 첫번째로 우리에게 당부하고자
했던 것은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 그 책 읽었어."하며 남들에게 내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 한권을 읽어도 둔해졌던 머릿속의
감수성이 한 올 한 올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 울림을 공유하고자 관조적인 판화가 이철수의 3권의 판화집을 필두로하여 본격적인 '책 들여다보기'가
시작되고 있는데, 그 첫번째 주제는 '시작은 곧 울림'이니 책을 좀 더 깊이 읽고, 한 문장 한 문장을 꼭꼭
눌러 읽자는 것, 그리하여 풍요로운 삶을 살아보자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의 훈련이 필요할 수
밖에 없으니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충분한 존재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는 과연 어떤 책들이 소개될까.

어쩌면 제일 궁금해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는데, 저자에게 도끼가 된 그 책들은 도대체 어떤 것들일런지.

 

- 흘려보내지 않는 '들여다보기' 선수인 김훈의 <자전거 여행>
- 감정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오히려 사랑에 빠지고 싶게 만들지는 않지만 아주 매력적이라고
  소개한, 사랑에 대한 통찰이 대단한 알랭 드 보통의 책들.
- 민족주의, 사실주의, 낭만주의가 한 몸으로 육화되어 말을 던지는 시인 고은의 낭만에 취해볼 수 있는
  <순간의 꽃>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그리스인 조르바>를 탄생시킨, 견딜 수 없는 햇살과 함께하는 곳 지중해, 그래서
  아등바등하지 않으며 오늘을 즐기는 지중해의 문학들.
- 적지 않은 이들에게 어려운 존재가 되었을테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을 보여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특히 젊은이들이 읽으면 힘들 때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말로 소개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등등

 

이 외에도 다양한 작가들의 다채로운 책 이야기로 풍성한 이 책은 게다가 문장 하나, 단어 하나 하나까지
조목 조목 세심하게 짚어주는 저자의 꼼꼼함이랄까 그 자상함 때문에 더욱 감동받게 되는데, '책'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림, 음악, 철학, 자연, 장소와 사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풍요로운 삶을 위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책과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가며 재미와
감동이 있는 강연을 펼쳐내는 <책은 도끼다>.

성격 급한 나는 책을 읽다가 말고 책에 언급된 음악을 찾아 듣기도 하고, 책들을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두곤 했는데,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읽고 싶어도 이미 절판된 책들은 어찌할까.
이런 안타까움이 없도록 하는 데 <책은 도끼다>가, 그리고 바로 우리 독자들이 좋은 책들이 단명하지
않고 오래 장수하는데 힘을 실어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답은 없어요.
 각자의 독법이 다 다른 것이고, 그래서 같은 책을 읽고도 폭 넓은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듯합니다."

박웅현의 독법을 통해 아직은 미숙한 우리들의 독법이 더 이상 길을 잃지 않고 조금씩 자신만의 방향을
제대로 찾아가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