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금은 자동차 여행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기차여행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낭만을 아는 사람이라면 기차여행에 대한 향수와도 같은
그 아련함을 결코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칙칙폭폭 기차소리, 창밖으로 지나치는 풍경들, 삶은 달걀이며 노란 감귤이며 기차안에서 파는
군것질거리들...
그래서 <기차타고 떠나는 낭만여행>은 옛 친구를 다시 만난듯 무척이나 반가웠다.
기차와 함께 하는 또 다른 추억을 가져다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책의 첫 인상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과 '단정함'이었다.
얼마전 출간된, 여행이야기는 달랑 한 페이지에 나머지는 모두 식당광고로 채우고 있던 한 여행책자에
무척이나 실망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심플한 그래서 단아함마저 느껴지는 이 책에 더욱 반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마치 바다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맞추기라도 한 듯 첫 여행지는 바로 영동선의
강릉역이었다.

영동선을 시작으로 하여 호남선, 경부선, 중앙선, 전라선, 동해남부선, 장항선.충북선, 경의선.경춘선까지

총 10개 노선, 32개의 기차역, 그리고 각 기차역의 주변 여행지 100곳을 총망라하고 있으니 이 한권의
책이라면 당장 어디라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기차에 몸을 싣고 다음 여행지에 대한 부분을 읽어나가고 있는 나를 상상하게 되는...

두번째로 이 책에 반하게 됐던 것은 그 깔끔한과 단아함에 일조한 멋진 사진들에 있다.
인지상정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리 좋은 정보를 담고 있어도 여행책자에서 사진이 부실하면 정이 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의 사진들은 정말 딱 좋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사진 속 그곳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만큼 그렇게.

그리고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는 별첨되어 있는 거대한 지도다.
유럽에서는 기차만 타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유럽열차노선도 하나만 있어면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처럼
시원시원 큼직한 '한국 철도 노선도'는 정말 유용할 것 같다.

보통은 기차에 내려서 버스로 환승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차역 자체로 충분히 가치있는 역으로
전국에서 바다와 제일 가까운 '정동진역'과 문화재로 등록된 기와 기차역인 '송정역' 등은 Plus Here로
강조해 주었고, 여행지에서 놓치면 아쉬운 먹거리 정보도 물론 함께 담았다.
광고식의 화려한 사진을 넣은 모습이 아니라 위치와 대표메뉴, 전화번호만을 넣어 단순명료하게 말이다.

다만, 여행지를 찾아가기 위한 정보를 위치, 교통편, 입장료, 문의번호 등으로 간략하게 안내하고 있으나
기차역에서 몇 km 지점이라는 것으로 감이 잘 오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기차역을 중심으로한
간략한 지도를 함께 넣어줬더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다.
그러면 동선을 짜는데도 도움이 될테니. 

서울촌놈이라고 했던가.
그동안 모르고 지낸 좋은 곳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기차여행의 또 하나 좋은 점은 '밤기차'가 아닐까.
운전하면서는 누릴 수 없는 여유롭고 낭만적인 기차여행, 이 가을에 나는 정말 떠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