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장래 희망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 친구는 '슈퍼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었다.급우들은 와하하 웃었고 나도 함깨 웃었지만 구석구석 좋은 물건으로 가득한 가게를, 땀흘리며 정직하게 물건 파는 장사꾼이 되고 싶다던 그 친구의 말은 나 자신의 꿈을 현실에 비추어 고민하게 했었다. 그당시 나의 꿈은 그린피스 회원이 되는 것이었던 듯 하다. 20대에는 해외 자원봉사자를 꿈꾸기도 했다. 현실은 비록 먹고살기 급급한 인간이지만 늘 마음한켠에 조금더 크게, 세계평화는 아닐지라도뭔가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것이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의 책장을 넘기기 전에 나는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어린시절 꿈꿨던것처럼 적극적인 활동은 못할지라도 현재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을 지키고 나아가 이 지구를 좀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지키는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어떤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거라는 희망.

나름대로 관심있는 분야이기에 꽤 '알고있다'는 착각을 하고 살았던 듯 하다. 극히 단순화 시킨 100명이라는 숫자의 데이타가 무척 현실감있게 나 자신을 꾸짖는다.

 '아이들은 28명입니다. 그 중 4명은 일을 합니다. 12명은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습니다.'

 지구 반대편 어느 곳의 아이들의 빈곤이나 환경 문제에 대한 걱정이나 안타까움은 있을지라도 사실 피부에 와닿는 현실감과는 다른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현실이 아니고서는 '언젠가 여유가 되면'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생각만으로 끝나버리기 쉬운 마음일뿐.

책 뒷부분에 짤막하게 소개된 여러 방면의 활동가들의 이름에 부러움을 느끼듯이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세계를 향한 꿈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더 더불어, 조금더 아끼되 넉넉하게 나누며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가치있는가...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은 예쁜 삽화와 간단 명료하게 지금 세계가 처한 상황을 말해준다. 다만 아동용으로 읽기엔 다소 어려운 책이고 청소년 이상이 읽기엔 너무 간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그 내용에 걸맞게 책의 소재도 조금더 친환경적인 소재였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환경이나 사회 문제에 대해 가볍게 그러나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는 의미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