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의 존재는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불멸의 존재이면서 구제받지 못한 영혼을 가진 영원한 죽음을 사는자이며

아름답고 지성적이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타인의 피를 흡혈해야만 하는 역겨움과 밤을 배회하는 나약하고 서글픈 영혼의 아이러니함.

많은 영화와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신비하고 묘한 매력을 가진 뱀파이어.

판타지한 것, 비틀주스를 떠올리는 그로테스크함을 좋아하는 나는

[배신]에 등장하는 뱀파이어에 대한 환상을 품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여주인공의 유치발랄한 로맨스와 좀 단조롭게 느껴지는 대화들,

책속에 무수히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들을 몽땅 짬뽕해 놓은 듯한 우왕좌왕하는 스토리감,

10대를 위한 소설이라고 보기엔 다소 강도높은 표현들,

성인물이라고 보기엔 코웃음나는 풋내에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읽다보면 내용은 좋으나 문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문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뛰어난 스토리감이 있는 책들이 있다.

스토리와 문장력 모두 '내 취향'이 아니었기에 얼마 안읽고 한구석에 방치해두었던 책을

다시 차분히 읽다보니 밤새 몇시간만에 읽어버렸다.

유색인종, 게이, 환경에 의해 비뚤어진 성격이지만 사실은 '괜찮은 친구'였을지도 모르는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던 듯 하다.

어린시절의 멋지고 충실한 남자친구와 모든면에서 단 하나라도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남자친구,

좀더 어른스럽고 지적인 소녀들의 로망인 멋진 남자선생님까지를 넘나들며

로맨스를 꽃피우는 주인공 소녀는 거기에 확실히 멋진 미모에

역시 멋지면서도 의리가 넘치는 우정어린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는데다가

신으로부터 남다른 재능까지 부여받은 말그대로 '신급'에 해당하는 운과 재능을 갖추고 있다.

내가 조금더 어린 소녀였다면 동경을 넘어 존경해 마지 않았을 주인공,

감춰두고 살그머니 봐야 할 것 같은 설레이는 야한 문장들,

막장드라마라고 욕하면서도 보게되는 드라마처럼 묘한 흡인력과 재미,

미안하지만 영락없는 조금더 발전한 하이틴로맨스일뿐이야라고 투덜거리면서도 3권이 궁금해지는

궁금해 미치게 하는 막판 to be continued... 느낌의 결말.

시간때우기엔 꽤 그럴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