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큰 사진. 올 상반기에 많은 인기를 끌던 도서라고 들었다. 최근 이 작품이 스릴러적 요소가 많이 녹아있는 책이라는 말을 들어 기분전환도 할겸 얼씨구나 손에 들었다. 가독성도 뛰어나고, 독자들이 앞 내용을 궁금하게끔 완급조절을 잘해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아버지의 강요와 사회인으로서의 의무에 자기 꿈을 접어둔 채 하루하루를 건조하게 살던 그가, 부인의 외도에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신분을 세탁해 한 시골마을로 은둔해 들어간다. 그는 이미 죽은 걸로 세상에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절대 자신의 신분이 바깥에 노출되면 안되는데...

 

 더글라스 케네디, 이번에 처음 접해본 작가이지만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사실, 대중적 요소에 많이 치중하고 깊이 생각할거리나 감동적인 소재는 적은 타임킬링용 책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작품의 부제가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 이야기'인데, 얼핏보기엔 진중해보이지만 작품전개 내용으로만 봐서는 주인공이 노력을 했다기 보다는 우연적 요소가 강하다. 가장 공감이 간 내용은 자신의 욕망과 사회와 주변의 강압 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민했다는 것. 이 소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자신을 한번쯤 돌아보게끔 할 만큼 공감력이 있다. 또한, 사진가를 꿈꾸는 예술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역시나 쉽지 않은 일임을 다소 잔혹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작가의 말'이  조금이라고 언급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작품의 핵심주제나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뭔지 잘 파악이 안됬다. '자아탐색'보다는 '스릴러'적 요소가 강한 추리소설이라고 개인적으로 결론지은 이유 중의 하나이다. 주인공 '벤'이 왜 이와 같은 폭풍의 소용돌이에 휩사이게 되었는지.. 이는 자식에게 자신의 직업을 강요한 아버지도 아니요, 그의 어린 자식들도 아닌, 바로 그의 아내였다. 작품에서 그의 아내는 거의 악의 화신일 정도로 각종 표독스런 언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녀가 바로 이 모든 스릴러의 출발점, 위트있는 교훈을 하나 얻는다면 역시 남자든 여자든 배우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것.

 

 계속 조금만 더를 외치다 새벽 2시가 다 되어서 책장을 덮었다. 작품성, 전문성보다는 대중성이 강해도 좋으니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고 찾게 되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하는건 나의 욕심일까? 확실한건 이 책은 나의 욕심을 충분히 충족시켜주었다. 아직까지도 작가가 어떤 이유로 책 제목을 '빅 픽처'로 잡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인공이 최종적으로 원했던 사진가의 꿈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책 자체를 하나의 사진으로 보려고 했던걸까(작가가 사진에 조예가 깊다는 것은 역자의 말에 나와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씨도 이 책을 '강추'했다고 하는데, 그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