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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의 추리소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를 보고, 지인에게 이 책을 추천받았다. 분명 추리소설임이 분명하지만 서정적인 제목과 겉표지 그리고 두툼한 책두께를 보고 잠시 보류해두었다가 지금 읽게되었다. 보통추리소설들의 책 표지가 어두침침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비해, 이 책은 처음보는 이라면 분명 일반소설로 착각할 것이다. 최근에 네이버 블로그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까지 해 '얼마나 재미있길래?'하는 생각으로 첫 장을 펼쳤다. 여름에는 역시 추리소설 만한게 없다.

주인공 나루세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소위 프리터족이다. 계약직으로 여러 가지 일을 했던 주인공이 사회를 대하는 태도는 불안정한 그의 직업만큼이나 가볍다. 주인공은 어느 날 지하철 역 아래로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하는 한 여성을 구해준다. 이 여성과 관련되는 이야기가 중심이되며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400페이지가넘는 분량이지만 작가는 지루하지 않게 독자들을 추리소설의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소설을 다 읽고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간에 띄엄띄엄 등장했던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있음은 물론이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지만, 정작 본 이야기는 나루세를 열외시키고 다 그들끼리 모종의 계약을 맺고있었다. 굳이 주인공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그들끼리는 일면식을 치르고 다양한 일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추리소설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다음에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내심 신경을 곤두세우며 주의하는, 마치 자신이 탐정이 된 것 같은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 잠시 현실은 잊고 주인공에 감정이입 되어 진실을 캐고 다니는 기분. 이 몰입감이 주는 경험이 특히나 여름에 추리소설을 찾게하는 이유인 것 같다.

벚꽃이 한창 피어있는 시기는 아름답다. 주변에서 알려주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지만, 막상 축제도 끝나고 벚꽃이 지고 나면 아무도 벚나무의 존재를 기억하지 않는다. 나무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계절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책을 읽으며 알았지만, 벚나무도 단풍이 든단다. 외양이 아무리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 20대의 사랑과 70대의 사랑은 신체의 모습만 다를 뿐 그 본질은 같다.

가끔가다 정말 번뜩이는 추리소설들을 보면 세삼 작가들의 창작력에 감탄을 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느낌. 화려한 영상과 매혹적인 사운드로 대중을 사로잡는 매체가 아닌, 단 하나 글의 힘 만으로 독자를 들었다 놓았다 자유자제로 조종하는 그들의 필력은 신이 내린 선물이 아닐까 싶다. 많이 보는 책, 소문난 책은 항상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다음번에는 어떤 트릭에 빠져볼까, 벌써부터 고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