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책을 썼다. 걸쭉한 입담과 재치 있는 위트로, 브라운관 안팎에서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그를 이번에는 책으로 만났다. 작년 우리학교 행사에 강연자로 와 두 시간정도 직접 본 적이 있어 더 반가웠다. 우리 사회의 명사 25명을 만나 인터뷰 한 내용을 담은 대담 기록으로, '경향신문'에 연재된 칼럼을 묶었다고 한다. 김제동 하면 역시 '정치'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진보적 색채를 지닌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본인은 '난 좌파도 우파도 아닌 기분파'라며 '같이 살기'를 강조한다. 책에서도 역시 진보인물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같은 보수단체 인물도 나와, 좌우 가리지 않는 그의 태도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인터뷰 대담기록 책은 장단점이 있다. 우선 장점은 다양한 인물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회자가 김제동이니 만큼, 재미있고 가식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이끌어 내어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소위 전문가들이 나와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지도 잠시나마 엿보았다. 반면에 단점은... 이번 책은 책 두께에 비해 25명이라는 다소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읽을만 할라하면 내용이 끝나고, 더욱이 사진도 많아 내면의 깊은 이야기는 알기 힘들었다. 다양한 인물이 나와 시종일관 흥미롭게 읽을 수는 있었지만, 책 전체를 아우르는 커다란 주제는 맥을 잡기 아리송했다. 단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정도 랄까? 오히려 이것이 이번 책의 컨셉인지 모르겠다.

 살다보면 정말 '그릇이 큰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우선 김제동, 박경림씨가 그렇고 한비야 선생님이 그렇다. 우리는 보통 다른 사람을 만나면 친해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고, 결국에는 다 친해지는게 아니라 지나갈 사람은 지나가고 같이 갈사람, 남을 사람만 남게 되는 과정을 겪는다. 그런데 이들은 다르다. 자신의 정체성은 지키고 확대시켜 나가되, 남이 어떤 사람이던지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아니 거리낌 없이 다른 사람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같이 웃고 행복하게 사는걸 보면 어쩔 때는 신기하기까지 하다. 항상 현실과 미래에서 갈팡질팡하며 누구를 만나고 누구에게 마음을 열어야 할지 헷갈려 하는 나에게, 이러한 모습들은 거의 신적인 재주에 가까웠다. 배워야할 인생의 자세이다.

 우리는 모두 자유롭게, 원하는걸 하면서 살고 싶어 한다. 인생은 등가교환. 원하는 것을 하면 그 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게 삶을 지배하는 원칙이다. 트위터에 보니 어떤 시인이 '자신이 세계일주 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지만, 실제로는 부러워 하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한 채를 포기 못하는것.'이라고 일축했다. 맞는 말 같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서, 그 분야에 미친 듯이 올인하는 경험도 해보고 싶다. 나에게 있는 여러가지 패 중에 어떤게 진패이고 어떤게 허패인지 궁금하다. 그 패들을 구분하는 방법을 아는게 우리들의 숙제가 아닐까.

 

 옆 집 형 같은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그를 만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그래 인생 뭐있어?, 그냥 같이 잘 살면 되는 거지'라고 외치는 그를 보고 약간의 희망도 가지게 된다. 2009년 '스타골든벨'하차로 그의 행보에 더 가속도가 붙이 시작했다. 현재 토크콘서트를 하며 전국을 방방곡곡 누비고 있다고 하는데... 언제 한 번 그를 다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