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풍자화가 조르주 비고. 1882년부터 일본에 살며 일본인의 일상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재미있게 그려낸 화가이다. 외국인인 그는 일본인들은 당연하게 여겨 기록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세세하게 기록하여 일본의 화가들보다 오히려 메이지 시대 일본인들의 일상을 더 꼼꼼하게 기록했다.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이었기에 평범한 것까지 자세하게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사적인 개입이 들어가지 않은 객관적인 그림들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메이지 시대는 전통적인 일본의 문화와 서양 문물이 함께 존재하던 시대로, 조르주 비고의 그림들을 보면 잘 나가는 도시 사람들은 서양식 복장을 하고 있는 한편 시골에서 상경한 사람들은 훈도시를 입고 엉덩이를 드러낸 차림을 하고 있다. 선진 문물에 완전히 적응해 익숙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열차를 타는 법을 몰라 신발을 벗어놓고 탔다가 잃어버리는 등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어 개화가 진행되는 우여곡절을 세세하게 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그림들을 보며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니 순식간에 2권까지 다 보고 말았다. 이 책 덕분에 메이지 시대의 일본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들을 새로 알게 되었으며, 글이나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한 일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기회에 다른 풍자화를 담은 책들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