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남겼다는 동화 한 편~

시우가 네살 때 이 책을 사주었던 것 같다. 이상이 남겼다는 동화라기에 궁금함에 구매를 했던 것 같은데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었다. 토속적이고 재미난 문체와 그림들이 이야기와 아주 잘 어우러졌다. 무엇보다 다른 책에선 도깨비의 모습을 우락부락하고, 뿔이 솓아있고, 뾰족뽀족한 방망이를 들고있는 모습으로 표현하곤 하는데 이 책에선 마치 고양이인듯 그려놓은 귀여운 모습과 방망이가 아닌 꼬리로 재주를 부린다는 설정이 재미있고 예뻤다.

간단한 줄거리는....

어느 산골에 돌쇠라는 나무 장수가 있었다. 돌쇠는 부모도 친척도 없이 혼자 살고 있었다. 그런 돌쇠에게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이자 짐꾼인 황소 한 마리가 있었다. 진눈깨비가 뿌리던 어느날 돌쇠와 황소는 나무를 팔고 돌아가는 길에 고양이 같기도 하고 개 같기도 한 이상한 녀석을 만났는데.... 알고보니 도깨비 새끼였다. 녀석은 동무들과 동네에 놀러를 나왔다가 그만 강아지에게 들켜 꼬리를 물리게 되었고, 꼬리에 난 상처 때문에 혼자만 재주를 부리지 못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 했다고 사정을 이야기 했다.

도깨비는 자신이 산오뚝이라고 소개를 하고는 돌쇠에게 한가지 부탁을 한다. 꼭 두달 동안만 황소 뱃속에서 살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동안 자신의 꼬리도 낫게될 것이고 기운도 차릴 수 있으니 그리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대신 그동안 황소의 힘을 지금의 열 배나 세게 해 주겠다고 제안을 한다. 돌쇠는 녀석을 그냥 두면 죽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잠시 황소에게 눈길을 돌려 동의를 구한 뒤 녀석을 황소 뱃속에 들어가게 허락 한다.

그 후 황소는 정말로 힘이 열 배나 세져서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나무를 해다 팔았다. 그 덕분에 돌쇠는 제법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약속한 시간이 다가올 무렵 이상하게도 황소의 배가 자꾸만 불러 오는 것이었다. 황소는 신음을 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어느날 밤 심하게 고통을 호소하던 황소의 입 속에서 산오뚜기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산오뚜기 말이 그동안 황소 뱃속에서 열심히 먹기만 했더니 살이쪄서 들어왔던 황소의 입으로 나올 수가 없다는 것 이었다. 산오뚜기는 이대로 있다가는 황소의 배를 가르고 나가야만 할꺼라며 돌쇠에게 황소가 하품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돌쇠는 여러 사람을 찾아다니며 황소가 하품을 하게 하는 방법을 물어보지만.... 아무도 그 답을 알지 못 한다. 돌쇠는 황소의 코를 간지럽혀 보기도 하고 약도 써 보았지만 모두 다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피곤해진 돌쇠는 황소 앞에 쪼그려 앉은 채 하품을 하는데...... 마침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황소가 자연스레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하는 것 이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도깨비가 뱃속에서 나왔다. 녀석은 돌쇠에게 고맙다고 몇번이고 넙죽 절을 하더니 보답으로 황소의 힘을 지금보다 백 배 세게 해주겠다고 말하더니 재주를 넘고 사라져 버렸다.

돌쇠는 잠시 이것이 꿈이었나 싶었다. 그런데 정말로 황소는 그 전보다 힘이 백 배나 세졌다. 돌쇠는 힘이 뱁 배나 세진 황소를 몰며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 거렸다. "도깨비 아니라 귀신이라도 불쌍하거든 살려 주어야 해." 라고....

-끝-

도깨비가 방망이로 금은보화나 멋진 집을 선물했다는 이야기와는 다르게 그저 자신의 황소가 힘이 세지게 된다는 설정이 어찌나 소박하고 이쁜지..... 시우는 이 책을 참 좋아라 한다.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한병호씨의 그림이 이야기의 재미를 한층 더 살려준다.

4세~7세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 준다면 분명 행복한 미소를 지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