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느낀 첫번째 소감은 부모들은 읽으면 안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육아서가 아닌 '청소년권장도서'라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부모들에게는 정말 꿈같은 아이가 아닐까 싶다. 아이비리그 9개 대학 동시 합격에 SAT·ACT 만점, 전미全美 최고의 고교생 상까지 거머쥔 아이. 공부며 운동, 봉사, 예술활동까지 정말 어느것 하나 빠지지 않는 명석한 아이다. 거기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감성과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경까지 갖춘 완벽한 엄친아다. 책을 읽는 내내 나도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바르게 자란 멋진 청년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부모들에게 이 책은 위험해 보인다. 자칫 자신의 아이에게 형진이와 같은 모습을 요구하게 될런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충동을 강하게 느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부모들에게 너무 위험한 책이다.

 

이 책은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목적의식의 부재를 느끼는 아이들에게 권하면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또한 열린 마음으로 읽지 않으면 형진이가 우려했듯이 그저 '재수없는 엄친아'이야기로 치부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만큼 저자인 형진이는 못하는 것이 없는 다재다능한 아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결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늘 새벽 5시에 일어나 한시간씩 그날 수업을 예습했다는 아이, 언제나 공부를 하다보면 새벽 2시~3시가 되어야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는 아이, 일주일 내내 주중에는 테니스 연습을 했고 주말이면 테니스 경기를 치뤄야 했다는 아이, 틈틈이 봉사활동에 바이올린 레슨도 빼먹지 않았다는 그 아이의 일상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그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었던 그 아이의 집중력과 근성이 놀랍다. 그 아이는 충분히 얻을만한 결과를 얻은 것이다.

 

한국의 아이들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예체능의 비율은 급격히 줄어든다. 심한 학교의 경우 아예 자습을 시키고 수업 진도는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학입시에 필요하지 않은 과목이기 때문에. 봉사 점수가 대학입시에 필요하긴 하지만 그 역시 부모님들이 억지로 만들어 주는 경우가 다반사고, 운동은 체대를 목표로 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따로 시간을 내서 하지도 않는다. 그저 공부 자체에만 모든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다. 공부 외에 다른 것은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되어 버린다. 이쯤되니 사람들이 왜 그렇게 외국으로 원정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는지 이해가 간다. 아침 7시 반부터 밤 열시까지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공부만 하는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게 여겨진다. 분명 우리의 아이들도 노랑머리 이국땅 아이들 만큼 명석하고 튼튼하고 훌륭한데, 왜 꼭 그렇게 공부에만 포커스를 맞추어야 할까? 그저 공부하며 보낸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것 없는 학창시절을 꼭 대물림 해 줘야 하는 걸까? 정말 아니라고 본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즐거워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부분까지 공부했다는 형진이. 그것은 어쩌면 공부를 하는 가장 바람직한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배운다는 즐거움. 그 배움의 기본 자세를 우리는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니 늘 답은 산으로 가는 것 같다. 기본 자세를 배우지 않은 아이들이 오를 수 있는 한계는 뻔 해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아이들이 형진이에게 배워야 할 것은 그의 공부법이나 인생여정이 아니라 바로 공부에 대한 기본 자세가 아닐까 싶다. 그 것 하나만 정확하게 배울 수 있다면 분명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고, 힘든 난관도 어렵지 않게 넘기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아이가 형진이처럼 다재다능할 순 없다. 환경도 다르고, 사회적 여건도 분명 다르다. 그러니 궂이 그 아이와 비교하며 씁쓸해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도 형진이처럼 스스로 즐기며 공부할 수 있게끔 우리의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마음가짐을 갖을 수 있게 도와주자.

 

책을 읽으며 많이 부끄러웠다. 세상을 향한 당찬 형진이의 생각들이 늘 주저주저하며 핑계를 대고 주저앉아 버렸던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 무렵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남들이 다 하니까 하는 공부였고, 남들이 다 대학엔 가야 한다니까 나도 덩달아 했던 공부였다. 목표도 목적의식도 없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뚜렷이 기억나는 추억도 별로 없다.마치 시간을 도둑맞은 느낌이다. 나 자신에게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했는지를 이렇게 늦게 알아버렸다. 내 아이들에게는 절대 그런 실수를 반복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빠지지 않는 이야기는 책이었다. 어릴적부터 엄마손에 이끌려 도서관에 다녔다는 형진이는 지금도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고 한다. 중고등학생 땐 시간이 부족해서 읽고싶은 책을 메모해 두었다가 방학을 이용해 읽었다고 했다. 그러고보면 흔히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또 한번 느끼게 된다. 내 아이들에게 다른건 못 해주더라도 책을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습관 만큼은 꼭 만들어 주고 싶은 이유다. 책 속에서 더 많은 길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부모의 역활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것인지를 고민하게 해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