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직 변호사가 자신이 맡았던 사건들, 읽었던 책, 보았던 영화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많은 책과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내가 다음에 읽을 책 목록에 그가 추천한 몇 권의 책을 추가해 놓았다. 계속 이어지는 내용의 책이 아니어서 짬짬이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워낙 법정에 관한 책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확신의 함정'에 대한 그의 의견은 나의 사고방식을 되돌아보게 해 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자주 마주했던 옳고 그름에 대한 혼란을 여러번 겪었다. 사형법 존패논란에 대한 의견이 그랬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죄(자살, 도박, 마약 등등)에 대한 처벌이 그랬고, 학생들을 선도하기 위한 체벌이 그랬다. 어느쪽이 맞다고 딱 잘라 말을 할 수 없는 곤란한 문제들이었다. 그러고보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살아갈 땐 몰랐던 것들이 따지고 들어가 보면 왜 그래야만 하는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다수가 따르면 옳은 것이 되고, 소수가 따르면 그른것이 되는 세상에 살다보니 때로 우리는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그저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 버리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 같다.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체벌에 관한 대목을 읽을 땐 정말이지 학교 체벌을 당연시 여겼던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나도 학창시절 여러가지 이유로 선생님들께 매를 맞은 기억이 있다. 특히 고등학생 땐 단체기합 및 체벌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학교 체벌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금새 깨달을 수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체벌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그 나라 아이들이 결코 우리나라 아이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나라 아이들보다 전혀 뒤쳐지지 않는 우리의 아이들을 궂이 체벌을 하며 가르쳐야 할까?분명 그렇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을 믿는 마음만 있다면 체벌 없이도 충분히 아이들을 바른길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많은 사건들을 보여지는 그대로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우리는 그 이면에 자리한 진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늘 커다란 선물의 겉포장지에 속아버리는 어리석은 사람이 될 때가 정말 많은 것 같다. 더군다나 요즘의 현실은 미디어가 전해주는 모든 것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으면 안되는 자기검열 시대임을 생각할 때 더욱더 진실을 향한 촉각을 무디게 해서는 안되리라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