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소설은 언제나 긴장감이 넘친다. 초반부를 읽을 땐 분명 흔한 연애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처음엔 느긋한 마음으로 책을 읽지만 어느 순간 두 손에 땀을 쥐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소설책은 속도감있게 읽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무엇인가 도움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기대감 보다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책을 손에 들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기욤 뮈소'의 책들은 속도감이 있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스토리를 쥐었다 놓았다하며 독자와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한다. 때문에 한번 손에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하게 된다.

 

이 책의 표면적 스토리는 이렇다. 프랑스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플로리스트 여자와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랑스식 식당을 운영하는 요리사 남자가 우연히 공항 식당에서 부딪히면서 서로 휴대폰이 바뀌게 된다. 서로의 휴대폰을 소지한 그들이 상대의 휴대폰을 뒤져보면서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연결 고리가 되어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는 진부해 보이지만 있을법한 스토리.

 

표면적 스토리 안에 스며있는 진짜 스토리는 2년전까지 영국에서 경찰직을 수행했던 여자가 마지막으로 맡았던 14세 소녀 '엘리스 딕슨'의 실종 사건과 얽혀있는 이야기다. 아직도 그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녀. 우연히 프랑스에서 '엘리스 딕슨'과 마주쳐 함께 몇시간을 함께 보내고 큰 은혜를 입은 그. 그리고 '엘리스 딕슨'. 그들은 이 소녀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타래에 양쪽 끝이었다. 그렇게 처음엔 전혀 상관없어 보였고, 멀게만 느껴졌던 그와 그녀가 '엘리스'라는 소녀의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의 도움으로 결국 사건발생 3년이 되는 시점에 '엘리스 딕슨 실종사건'을 종결짓게 된다는 영화같은 이야기가 이 책의 진짜 스토리다.

 

'기욤 뮈소'의 책 속엔 경찰이 자주 등장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자수성가한 인물들이다. 아마도 속도감있는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뭔가 사건이 발생할만한 모티브가 필요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한 요소들이 그의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책을 읽고 있는데도 이전에 읽었던 그의 책 속 이야기나 주인공이 오버랩 되면서 몰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책을 읽게 되는 것은 그 모든 요소들을 전혀 새로운 것으로 잘 버무려 내는 그의 뛰어난 기술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