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p. 54

돌 하나, 꽃 한송이    신경림   꽃을 좋아해 비구 두엇과 눈 속에 핀 매화에 취해도 보고 개망초 하얀 간척지 농투성이 농성에 덩달아도 보고 노래가 좋아 기성화장수 봉고에 실려 반도 횡단도 하고 버려진 광산촌에서 중로의 주모와 동무로 뒹굴기도 하고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꿈도 꾸면서

 

 

Chapter 3 p.106

고니 발을 보다   고형렬   고니 한 식구들이 눈발 위에서 걸어가다가 문득 멈추어 섰다 고니들의 길고 가느다란 발은 정말 까맣고 윤기 나는 나뭇가지 같다 (그들의 다리가 들어올려질 때는 작은 발가락들이 일제히 오므라졌다 다시 내디딜 땐 그 세 발가락이 활짝 펴졌다) 아 아무것도 들어올리지 않는!

 

  

 

시집을 읽지 않은지 참 오래 되었다. 학창시절엔 좋아하는 시들을 여러편 외우고 다니기도 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시집을 사지도 읽지도 않게 되었다. 그 때문에 요즘 어떤 시인이 등장을 했는지, 어떤 시인의 시가 좋은지, 어떤 시집이 인기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이 시집을 읽게 되었다. 시인이 고른 시. 시인을 가르치는 시. 그런 시 라면 무지한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예상은 적중했다.

 

별것 아닌듯 말장난 처럼 쓰여있는 시. 그러나 감성이 메마른 사람은 절대 그 언어의 숨은 의미를 읽어낼 수 없다. 겉만 읽게 된다. 그래서 시는 소리내어 읽어야 제 맛이 난다. 눈으로 읽으면 어딘지 심심하고, 몇번을 읽어도 가슴에 와닿지 않는데, 소리내어 읽으면 시가 가슴으로 읽힌다. 눈으로 읽을 때는 느낄 수 없던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시가 가슴을 적신다.

 

이 시집은 '안도현' 시인이 비슷한 느낌의 시를 네가지로 구분해서 담아 놓았다. 한편 한편의 시에 시인 '안도현' 자신이 느낀 감정들을 무겁지 않게, 솔찍 담백하게 담아 놓았다. 짧게나마 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간혹 담겨져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힌다. 시집에 담겨져 있는 사진들 또한 시의 분위기를 잘 살려 준다. 흑백의 사진들....6~70년대 풍경들이 담겨진 그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인의 시가 더 가깝게 다가 온다. 어떤 시들은 읽으면 읽을 수록 그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 난다. 그래서 열번쯤 소리내어 읽어 보았다. 시가 가슴으로 파고든다.

 

오늘은 정말 마음이 심란하고 힘든 하루 였다. 그래서 시집을 펼쳐들고 열심히 읽었다. 특히 마지막 4부에 담겨진 시들은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읽으면 많은 위로가 된다. 마치 힘든 날 보고 시를 지은 듯. 두번 세번 네번..... 자꾸 읽다보니 눈물이 난다. 말없는 글자의 위로가 참으로 고마운 하루 였다. 시는 그렇게 사람을 위로할 줄 안다. 짧은 글귀에 시인의 마음을 담아 독자에게 그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 준다. 그 마음을 가감없이 받을 수 있으려면 마음이 맑아져야 한다. 감성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