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나에게 특별한 울림을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순간부터 나는 소설을 읽고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렇다. 글을 쓰겠다고 나선 지금은 당연하고, 그 꿈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어린 시절에도 그랬다. 소설은 삶의 일부였으며 나는 소설을 생각하고 발음할 때마다 마치 어린 아이에게 일요일마다 상으로 주어지는 사탕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이 소설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비슷하다.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감정을 체험하고, 위로를 얻고, 과거를 기억하고 반추하게 하며 새로운 세계를 보는 것이다. 소설은 광대한 장르이지만 나에게 다가왔던 몇 권의 책으로도 충분히 정의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소설은 간단하지 않은 존재로 남아 있다. 소설에게 깊게 다가가고 싶어질 때 그것은 종종 멀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여전히 매혹적이며 삶과 분리될 수 없는 특정 존재 중 하나로 나에게 남아 있다.

 <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나는 내게 소설이 어떤 의미인지를 짧게 고민했다. 그에 대한 대답이 서두와 같다. 사람에게 특별한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고, 나는 기쁘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 은 여러 '문학인'들에게 소설이 어떤 존재인지를 길지 않은 분량으로 이야기해준다. 총 5부로 나누어진 에세이들은 각기 다른 혹은 중복되는 소설들을 이야기한다. 그 중에는 내가 읽은 소설도 이름조차 몰랐던 소설도 있었다. 그에 관한 에세이를 읽을 때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는데 공감대라고 설명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책의 서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삶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나 가장 아픈 순간을 중심으로 우리의 생애를 재구성한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들이 그 특정 순간을 위해 존재했다는 듯이 말이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은 더욱 특별한 울림을 갖는다. 나에게 다가왔던 소설이 누군가에게 같은, 또 다른 감정으로 다가가는 것을 볼 때 그리고 그 사람에게 새로운 의미와 특별한 무엇이 되었을 때 나는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소설의 모든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은 나에게 소설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무엇을 더 읽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했다.

 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 나는 눈을 깜빡이며 잠시 말을 멈출 것이다. 세상에는 아직도 수많은 소설들이 존재하고 그 중에 무엇이 나에게 와 박힐지는 예상할 수 없다. 나에게 소설이 무엇인지, 그것이 나중에도 지금과 같은 것일지 그것조차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소설이 나에게 언제까지나 특별하기를 바란다. <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의 저자들이 가진 특별한 의미로, 그리고 나 자신에게 가장 특별한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