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의 작가 김별아님의 신작 입니다.
알고보니 영영이별 영이별을 비롯해 논개나 백범등과 같이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많이 쓰셨더라구요.
그러한 실존인물을 놓고 쓰여진 소설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급 호감의 물결로 이어집니다.

조선시대 조선왕조신록 유일의 동성애로 인한 스캔들을 일으킨 순빈 봉씨의 이야기입니다.
순빈 봉씨는 세종의 며느리이며 문종이 세자시절 두 번째 빈궁이었으나 세자와의 사이가 소원하고 다른 후궁을 투기하고 자신이 부리는 궁녀와 동침하였다는 이유로 폐출되었습니다.
엽기조선왕조신록이라는 책에서는 자신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 문종 대신 밤이 너무도 외로운 봉빈은 궁녀 소쌍과 대식(동성애)을 행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알게 된 세종은 소쌍을 잡아들이고 세자빈에게 변명을 들었지만 결국 폐서인이 되었다고 나옵니다.

혼인날 처음 본 난(봉빈)을 이쁘다고 생각하지만 그 뿐인 세자. 더구나 이쁜것엔 독이있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정실은 업무적인 관계일 뿐 사랑이 아니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있는 세자에게 봉빈은 사랑을 받지 못합니다. 난 때부터 아비에게, 오라비들에게 이쁨 받고 자라온 난에게는 세자빈으로 책봉되어 궁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어찌보면 불행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참 기구한 운명인 것일까.. 태어나 부터 금이야 옥이야 바람에 날릴까 이쁨받으며 자랐건만 빈궁전에 앉은 순간 외로움과 세자의 냉대를 받으며 지내야 했던 시간들을 무어라 말 해야 좋을지.. 그저 여인은 복종하고 순응하며 지내야 하는 시절에 태어나 지아비의 사랑을 원했지만 녹녹치 않아 숱한 여인들과 나눠야 할 수 밖에 없는 시기와 지위를 탓 해야 하는 것인지.. 봉빈이 안타까워 보일 뿐이었습니다.

세자의 무관심에 지치고 외로움에 지쳐 이끌려버린 잘못된 사랑. 지금도 동성애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판에 그 옛날 조선시대 하물며 구중궁궐에서 그러한 일이 있었다면.. 그 뒷 일이야 빤- 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어차피 결말은 하나.. 하지만 마지막장까지 넘기고 난 후엔 한숨과 뜨뜻미지근한 여운이 남습니다.

채홍이 왜 제목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지막 작가님의 말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채홍은 무지개를 뜻하는데 한 편으로는 무지개는 성적 소수자의 국제적인 상징이라고도 하네요..

채홍을 읽으면서 순우리말을 참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천둥벌거숭이'같은 아는 단어부터 시작해서 '구꿈맞은'같은 생소한 단어까지 우리말이지만 새로운 느낌도 들었고, 뿌리깊은 나무를 재미있게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아 세종시절의 이야기인만큼 한글에 애정을 갖고 있는 찰나에 새로운 말들을 보니 신기하고 신선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