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궁쥐였어요!를 읽고 (필립 풀먼 글/ 동화는 내 친구 출판)

 

시궁쥐였던 로저에게

안녕? 나는 대한민국 인천에 사는 5학년 조상훈이라고 해.

너는 사람이기 전에 시궁쥐였다면서... 사실, 난 쥐를 본적이 없어. 도시에 살면서 그림이나 사진으로는 쥐를 보기는 했지만 쥐에 대해 잘 몰라. 특히 시궁쥐의 삶은 어떤지 잘 몰라. 구멍을 들락거리기는 어떠니? 줄이나 나무를 먹으면 맛있나본데. 맛이 있니? 참 치즈도 좋아하지. 나도 좋아해. '톰과 제리' 만화에서는 치즈 잘 먹는 쥐를 많이 봤어. 그런데 '신데렐라' 동화에서 호박이 마차가 되고 쥐들이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12시가 되어 쥐로 변했다는 이야기는 읽어 보았지만 너처럼 쥐에서 영원히 사람이 된 이야기는 처음이야. 놀라워.

쥐로 사는 게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사람이 되어서 좋아. 사람이 된 걸 축하한다. 사람으로 살기는 좀 힘들긴 해도 나랑 친구도 될 수 있고 좋은 사람도 많단다. 밥 아저씨와 조앤 아줌마는 정말 좋으신 분들이야. 메리제인 아니 이름을 바꾼 오릴리아 왕자비도 정말 친절한 것 같아. 한번 만나보고 싶다. 나쁜 사람들 만나서 고생도 많이 하고 힘들었지만 나중에 밥 아저씨와 조앤 아줌마랑 함께 살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몰라.

로저야, 너를 처음에 데려간 왕립 철학자는 너를 정신 착란을 일으키고 정신병적인 인격 장애에 편집증적인 환상에 지적 발달은 아주 더딘 편이라 장래가 전혀 희망이 없다고 말하지만 신경 쓸 것 없어. 넌 인사도 잘하고 착하고 구두도 잘 만들잖아. 넌 훌륭한 구두장이가 될 거야. 나는 믿어. 네가 만든 구두도 꼭 신어보고 싶어.

길을 잃은 너를 데려간 탭스크루 씨는 더 나쁜 사람이야. 때리고 밥도 안 주고 쥐옷을 입혀서 사람들에게 볼거리가 되게 하다니.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몰라. 돈을 벌겠다고 너를 쥐처럼 대하는 건 정말 욕심꾸러기야. 벌 받을 거야. 그러니까 탭스쿠루 씨와 있었던 일은 잊어버려라.

로저야, 빌리라는 애는 너를 탭스쿠루 씨에게서 탈출 시키고 먹을 것과 옷도 주었지만 사실은 도둑이였어. 네가 꿈틀꿈틀 기어서 빠져나가는 걸 잘 하니까 너를 도둑질 시키려는 거였어. 그리고 빌리가 말한 쥐를 "방멸"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야. "박멸"이 맞는 말이란다. 박멸은 쥐를 모두 없앤다는 뜻인데 너는 걱정마. 이제 사람이니까.

빌리가 "방멸"이라고 말했을 때 얼마나 웃기던지. 내가 빌리를 만나서 "국어 공부 좀 해라"고 말해주고 싶어. 또 너에게 도둑질을 시키다니 혼내주고 싶어.

로저야, 이젠 길을 잃지 말고 다른데 가지 말고 밥 아저씨 집에서 행복하게 살아라. 너를 도와준 오릴리아 왕자비도 가끔 만나서 이야기 친구가 되어주고... 참, 학교도 다시 다녀라.

그럼 안녕. 로저야, 건강하게 잘 지내. 상훈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