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과 어린 소년이 얼른 성장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3살 어린 주인공이 보는 사회는 얼마나 팍팍하고 슬플까 막막할까 하는 생각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럴테지만 똑 같은 일을 겪어도 서로 다른 기억과 다른 추억으로 새기고 살아간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다가 아하! 그렇지 나도 추억을 나날이 만들고 추억을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은 외삼촌이 자기 편리를 위해 준 휴대폰을 초기화시키면서 주인공도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교통사고로 인한 가정의 파괴 되기 이전의 시간으로 초기화시키고 싶어하였을 것 같습니다. 그럼으로써 치매 할머니와 재개발로 살아갈 곳도 없는 자신의 현실도 초기화시켜서 처음 태어나 가족들과 외할머니와 처음 만났을 때처럼 행복한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 않았을까요.

 

"[서울에 눈 내리네]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은 단숨에 세상의 모든 더러운 것들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정말이지 올 겨울에는 눈도 참 징그럽게 왔습니다. 몇해전 명절을 보내기 위해 서울 시댁을 가던 중 폭설로 차속에 갇혀 하룻밤을 지내며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왔습니다. 때론 눈 때문에 불편한 것도 있지만 하얀 눈에 지저분하던 도시의 흉스런 쓰레기를 덮이고 또 그것을 보는 우리들의 마음도 순백의 순수함을 떠올리게 되는 건가 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키세라 세라라는 노래속에는 다 잘되거다라는 뜻이 들어있다는 말에는 무한한 격려와 암시가 들어있습니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지금 조금 힘든 것은 앞으로 내 인생을 멋기게 살아가라는 지지의 마음이 들어있다.'라 생각하며 누구에게나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하고 살고 싶습니다.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나날이지만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엄청나게 성공할 수도 지금보다 훨씬 행복할 수 도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지킬 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건 좋은 거야, 그게 집이든 사람이든, 나무든 마음이든 말이야."라는 주인공이 짝사랑한 여수경이 한 말은 지킬 것이 자꾸만 없어져가는 주인공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어서 그런 조언을 해주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과 사랑을 잃는 아픔을 그것도 처절하게 느껴가며 살아내는 것이 참으로 어린이지만 존경스러울 정도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통해 감정이 메마른 우리 어른들도 아무리 힘들어도 웃을 수 있고 또 그것만으로도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의 인생에 은행나무 한그루를 심어보며 작가의 말로 마무리합니다.

"생각해보면 천사마을 사람들은 재개발 조합이나 용역, 그리고 경찰과 싸운게 아니라 함께 마을을 이루었던 인간관계와 싸우고, 밀려오는 두려움과 싸우고, 보잘 것 없는 전재산과 생의 밑바닥과 외로움과 싸웠다. 온갖 애증과 무너지려는 꿈과 격투했고 끝내 패배했다. 하지만 그 격투를 통해 그들은 존엄성을 지켜냈다. 존엄성이 전제된 패배는 패배가 아니다. 세상이 패배의 끝없는 반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패배를 통해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패배속에서 소년은 자란다." 전적으로 동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