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선정이님 리뷰 읽고나서부터 읽어보고 싶다 생각을 해오다가 얼마전 사버렸다. 조선춘화... 제목에서 주는 느낌에서처럼 웬지 야하지 않을까.. 너무 야하면 좀 그런데 싶으면서도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다. 춘화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19금 검색단어라고 나오네..

조선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춘화와 남장여자, 조선한량(?!)을 소재로 해서 풀어나간 이야기는 꽤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비슷한 소설을 읽었던 거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풀어나가는 방식때문인지 색다르게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중간중간 챕터 사이사이에 있는 한시나 판소리(?!)등이 잘 어울리게 들어가 있는 것이 작가가 세심하게 신경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처음 읽게 됐을 때만하더라도 너무 선정적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글의 구성적인 측면이나 내용적인 측면을 보더라도 작가가 많은 공부를 하면서 글을 쓴 거 같다는 생각과 함께 인물사이의 사건들이 잘 표현되었던 거 같다.

소쇄원의 황태자이자 여자 중 최고는 죽부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한량 유창이

부모에게 버려져 조신선의 손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남장여자로 살아왔던 설공찬이자 보늬

두 사람의 모습이 시대적 배경과 함께 더불어 더 애틋하면서도 절절하게 다가왔다. 유창이 정말 매력적인 남자주인공이다. 오죽하면 같은 친우(남자)에게 고백을 받을 정도로 잘생긴 외모에 보늬에게 사소하게 질투하는 떼쟁이의 모습까지 모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정치적인 성향이 모두 다른 유창이, 민영우, 김완 이 세사람이 친구라는 설정부터가 정조시대에 잘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조임금은 당파와 신분 등의 구별없이 능력있는 사람을 등용하려던 왕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소설속의 배경과 더없이 잘 부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지막에 그 좋은(?!)책들을 불태우라는 모습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을 느꼈지만 말이다. 그것을 태우면서 어찌나 아까워 하던지....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유창이, 민영우, 김완 세 사람의 뒤를 쫓아 그들의 모습을 그리고 글을 써 당대의 베스트셀러 소설 - 조선선비의 이중생활 - 을 쓴 설공찬(보늬)에게 어린 출생의 비밀..부모에게 버림받고 조신선의 양자로 키워져야 했던 보늬의 상황이 처음엔 안타까웠고, 자신이 버림받았단 사실을 알고 나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보늬의 모습에서 웬지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떤 식으로든 부모에게 버림받았단 사실만으로도 커다란 상처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보늬와 조신선의 관계가 참 따스하면서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친자식이 아님에도 보늬를 누구보다 사랑하며 마음을 써주는 조신선의 모습에서 진정한 부모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청나라 연행길에서 유창이와 보늬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은밀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모습이 보는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게 되고 알콩달콩한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처음에는 미움의 대상이었던 설공찬이었지만 설공찬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터 시작된 유창이의 모습은 여자로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유창이의 질투하는 모습이라니.. 너무 귀여웠다. 신분의 벽에 사로잡혀 도망치려하는 보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아내로 맞아들이는 유창이의 모습에서 그의 진정한 사랑을 엿볼수도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든 지켜내고자 하는 모습이 참 멋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극적인 소설일거라 생각했던 것이라 거부감도 살짝 들었었는데 글에 대한 서평을 보고 선택하게 되었는데 선택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에로틱한 장면이 좀 있어서 읽으면서 민망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것보다 유창이와 보늬의 서로에 대한 마음과 그들을 둘러싼 주변인물 - 민영우, 김완, 조신선, 정조임금, 연암박지원까지 - 들의 모습에서 재밌으면서도 여러가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던 거 같다. 재기 발랄한 청춘들이 조선시대를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책의 소개와 잘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