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괜찮은 책을 만났다.

교회를 다녀온 후 잠시 쉬다가 저녁을 먹고 책을 펴 들었는데,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이 책의 원작은 특이하게도 제목부터 다르다.

Lisa genova의 STiLL ALiCE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

번역본의 제목은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이다.

두 제목 모두 마음에 든다.

 

왠만하면 엉망으로 바꾼 제목 같은거 별로 안좋아해서 인정하기 싫은데,

번역가 민승남 씨가 지은건지,, 암튼 너무나 잘 지은 제목이다.

먼저 이 원서는 카페에서 지지님의 소개를 받고 아~ 읽어보고 싶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 후 선물을 받게 되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하드커버로,,,,

워낙에 하드커버를 좋아하고 아끼는 탓에 완전 애장서가 되어버렸다.

때가 탈까봐 감히 손으로 들고 읽기도 힘들만큼.

e - book을 구해서 킨들로도 조금 읽었었다.

 

나는 아직 원서 읽기의 초보자라서 조금 어렵다 생각했다.

초반부분 읽었는데 너무너무 이해가 잘되는거!

그런데, 집중력이 영~ 아니올시다인 나의 한계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날수록, 동시에 읽는 책의 수가 많아졌고,

Room (엠마 도뇨휴), 로맨스 소설들, 해리포터 등등

결국 Still  Alice는 어느새 조금 멀어져 있었다.

 

그러던 찰나, 그저께 집 근처의 경상북도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서 연락이 왔다.

희망도서에 신청했던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가 들어왔다고 빌려가라네?

워낙에 게으름이인 내가 츄리닝을 벗어던지고 걸어갈만큼 기대에 부풀었고,

혹시나 누가 빌려가면 어쩌나 싶어서 재빠르게 달려갔다.

가는 발걸음이 어찌나 경보 스럽던지,,,,

 

오늘 저녁을 먹고 잠시 책좀 읽자 했는데, 세상에. 어마어마한 몰입도로 빨려들어가 결국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Alice라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 된다.

앨리스는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이고, 아직 나이가 젊은 50대 초반인, 가정도 아주 화목하고 좋은 한 여성이다.

그런데, 이 앨리스가 조발성 알츠하이머에 걸리게 된다.

처음 스스로 인정하는것을 힘들어 하다가, 남편인 존에게 알리게 되고, 자녀에게도 알리게 된다.

 

자신이 할수 있었던 행동들을 하나하나 못 하게 되자, 내부적으로도 무너지고,

더 이상 강의를 못 하게 되고, 대학에 설수 없게 되자, 주위의 태도도 달라지고,

병이 진행됨에 따라 바뀌어 가는 스스로의 상태도 일부는 인정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집을 찾아올 수 없게 되고, 혼자 운동(달리기)도 못하게 되어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남편은 바쁘고, 애들도 자기의 일이 있어서 앨리스는 공허하고 무력한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나중엔 조발성 알츠하이머를 앓는 사람들끼리 모여 모임도 갖고 알츠하이머 전문가로서 강단에 서서 연설도 한다.

그 부분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 뒤로는,,, 스포가 될까봐 여기서 그만~

 

끝에는 인간적인 결말로 끝이 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깊게 남는 책이었다.

중간중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아 오싹오싹 할 만큼 문체가 좋았고, 원작을 아직 읽지 못 했지만,

번역이 잘되어서 그런지 읽는 내내 흐름이 끊기지도 않았다.

그리고, 읽으면서/읽고나서 마미에게도 권해주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한 번 읽었던 책은 쉽게 싫증을 내기 때문에 이 번역서를 읽고도 내가 원서를 읽게 될까? 했는데,,

왠걸. 오늘 밤 자기전에 단 몇 페이지라도 읽고 자야지 하는 굳은 결심이 선다.

그리고, 이 번역서는 구입을 해야겠다.

두고두고 읽을만큼 멋진 이니깐.

 

정말, 제목하난 끝내주게 지었다.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Still Al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