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드는 생각은.
정말 모래알 씹은 것 마냥 꺼끌꺼끌.
내가 뭐 모래알을 씹어 봤단건 아니지만.
딱 그 느낌.
해수욕장에서 축축하게 젖은 뒤 모래 밟고 나서 발과 다리에 모래가 붙은 떼어낼 수 없는 그런 느낌.

초반에 남자 주인공. 진짜 로맨스 소설에서 무슨 주인공이 아닌 여자와 섹스신을 보여주냐 할 정도로 거부감이 들었고 남자의 나레이션이 너무나 솔직했으며.
정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해서 오만 정이 다 떨어졌었다.
그 덕분인지 뒤에 나온 남자는 조금 안되보였고, 심지어 처량하기까지 했다.

이 남자 주인공. 애초에 사랑하는 여자 있다며 정략결혼 할 여자주인공에게 못 박아 두었다.
넌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냥 이득을 위해 결혼 하는거라고.

그런데 그 김에 알아서 떨어져나간 정부.
그래서 남주는 가까이 있는 조금은 정신세계가 이상한 아내에게서 욕망을 해결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빠지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이 아내라는 여자.
이상해도 보통 이상한게 아니다.
안면인식불능?인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뭐 그 비스무리한 병이 있다.
그니까 사람의 얼굴을 눈으로 보고도 인식후 저장이 불가능해서 사람 얼굴을 구분 못한다.
근데 내가 봤을땐 이 여자 이 병 때문이 아니라 그냥 감정이 없는 안드로이드 같은 사람이다.
자기만의 성에 갇혀 다른사람과의 정신적 교류가 없고 겉도는.....
무엇보다. 사람사이의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이게 참 설명하기가 힘든데 책을 읽으면 여실히 느껴진다.
어쩜 이런 상태의 주인공을 쓰려고 했을까. 그런데 어쩜 이렇게 잘 표현한거지? 작가님께 묻고 싶을만큼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온다.
눈이 아파서 글을 잘 볼수 없었기에... 집중도가 떨어졌는데도...한번에 주욱 달려 읽어버렸으니....참.

무튼 이런 여자를 사랑하게 된 몹쓸 남주.
감정 없는 인형을 데려다 놓고 나는 너 사랑한다.
너도 날 사랑하는 아니 좋아하는 마음이라도 생기길 바래 라는 심정으로 곁에 있는데.....참 내가 다 답답하더만.

내겐 첫 장면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던 남주가 그리도 안되보이고....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아마 나라면 떠났을거 같은데.... 그남주 참 대단하다 하고 생각하게했다.
결국 마지막엔 조금은 그녀가 깨이게 되는 상태로 끝난다.
병이 치료되고 자기 남자의 얼굴을 알아보며 싱긋 웃는 이런 해피앤딩은 없었다.
그래도 어느정도 해피앤딩이긴 했지만....

감정없는 여주의 입장에서 전개되다보니 난 내내 모래알을 씹는 기분이었다.

이런 책이 있다.
날 건조하게 만드는 책들.
목신의 오후 같은 책. 또 뭐 여러가지가 있는데 다만 기억이 안난다.
근데 목신의 오후는 건조하고 어두운데....
이 책은 건조하면서도 좀 밝다.
뭐랄까 그 느낌이 참...........
(참, 그러면서 드는 느낌. 딴소리긴 하지만.. 난 좀 모든 것을 자꾸 느낌으로 체감화 시키는듯.....)

아무튼. 그런 느낌이 나는 책이었다.
설명 불가한 책이야. 이과인 내겐 묘사할 능력이 없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