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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에서 눈치 보는 남자 (47~52페이지에서 발췌 편집)


바bar가 세상과의 격리를 전제로 한 소통 공간인 반면, 룸살롱은 남자를 왕으로 만들어주는 곳이다.

세상에! 살다 살다 이런 황홀한 순간이 또 어디에 있을까? 

수컷으로 태어나 고추가 여물 무렵부터 자나 깨나, 버스 안에서나 전철 안에서나 이와 같은 공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지구 위에 남자가 싸그리 전멸해서 자기 혼자 남았을 때, 세상 여자를 제 맘대로 골라보는 상상.

그것이 축소된 형태로 이루어지는 순간, 바로 전이가 실현되는 타임이다.

단골은 지정녀를 고르겠지만, 대부분 첫 대면에서 5초의 승부가 이루어진다.

’내 첫사랑은 긴 머리의 계란형이었지’ ’하수빈처럼 청순한 여자가 내 이상형이야’ 하면서

과거 만났던 이성이나 좋아하는 연예인의 관상학적·체형적·패션적 통계가 이 전이의 과정에 기초로 작용한다.

룸살롱을 헤어살롱 정도로 드나들었던 사내라면 전이고 자시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성격을 보거나 자주 자리를 비우지 않고 술 바닥낼 것 같지 않은 여자를 고르는, 실용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소심함도 병인지라 룸살롱의 꽃, ’소개드리겠습니다’ 시간에 전이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팔불출도 있다.

바로 나다. 이 시간 때문에 나는 룸살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조신하고 매력적인 표정을 지으며 내 앞에 서 있는 여자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어서 고르라는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그녀들의 얼굴을 올려다보면 

나를 향해 눈웃음을 짓는 그녀들 앞에서 그만 쪼그라들고 만다.

갑자기, 사람이 사람을 선택하는 이 행위가 너무 속물적인 것이라는 의식에의 침범.

돈이면 몇 시간 왕도 되어버리는 자본주의 세상에 대한 느닷없는 환멸.

이 얼마나 쪼다스런 소심함인가.

그런데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죄책감 비스름한 감정을 느끼는 남성들이 꽤 있더라 이거다.

당신의 이야기? 아니면 당신과는 무관한 뻘소리?






=여자가 생각하는 남자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 몇 가지=


모든 남자는 치마만 두르면 다 좋아한다
- 비키니를 입어도 느낌 안 오는 여자가 있다, 라고 말하는 남자 약 37퍼센트

모든 남자는 유흥업소 가는 것을 즐긴다
- 자기 돈으로는 죽어도 안 간다는 남자 약 73퍼센트

모든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 첫사랑이 누군지도 헷갈리는 남자 약 68퍼센트
- 자기가 말한 첫사랑이 진짜 첫사랑이었느냐는 재질문에 반신반의하는 남자 약 88퍼센트

모든 남자는 집을 나가면 집안일을 잊는다 
- 집 나가도 집 걱정, 가족 생각 떨치지 못하는 남자 85퍼센트
- 맛있는 것 혼자 먹으면 처자식 생각난다는 남자 76퍼센트

모든 남자는 예쁜 여자의 모든 것을 용서한다
- 예쁜 여자가 오바이트하고 있으면 피해간다는 남자 98퍼센트


* 위 통계는 본인 주변의 성인 남성 50여 명을 계획 없이 추출하여 소주 반 병 정도를 먹인 후 수다의 방식으로 얻어낸 결과치로서, 학문적으로 입증할 통계 신뢰도는 거의 없으므로 논문이나 신문 기사 등에 인용하면 망신당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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