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찬 가슴으로 나섰던 첫 출근길은 옛일이 되어가고

어느새 청림인으로서의 생활이 일상이다.

그럭저럭 하루를 보내고서 어둠이 깔리는 밖을 볼 때면

 ’앗, 내가, 여기에, 와 있구나!’ 하는 낯선 느낌이 새삼 들곤 한다.

처음에는 사무실에 내 자리가 있다는 것도,

선배님들이 사용하는 출판 용어들도 온통 새로워 눈을 반짝였는데

어느새 이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리고 있다니!

주변에 부쩍 둔해진 스스로를 느낄 때면

일상이란, 어떤 감정도, 별 다른 감흥도 없이 단순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 싶어 씁쓸하다.




그

러

나

분명히 ’일상’ 인데도 매번 설레는 일이 있으니!

청림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북피니언들을 위해 

청림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상, best 3를 공개한다!!




1. 책이 서점에 깔리기 전, 내 손에 들어왔을 때!

어디 그 고운 낯빛을 한번 보자~ 
아이를 어르듯 책을 조심스레 뒤집어가며 이리 보고 저리 볼 때!
그 설렘은 도무지 감출 수가 없다.

책 한권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을 들이는지는
직접 만들어보지 않는 한 알기 힘들다.
나를 포함한 많은 출판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얘기한다.

"나도 독자일 땐 책 만들기가 이리 힘든 줄 몰랐다구!"

아주 간략히 줄여 중요한 과정만 짚자면,

저자가 쓴 원고를
편집자가 열심히 다듬어 말갛게 만들고 (말이 쉽지...;;;),
디자이너가 그 원고에 맞게 표지 디자인과 내지 디자인을 한다.
모니터로 보는 것과 실물은 다를 수 있으므로 출력소에 의뢰해 디자인을 뽑아보고
마음에 들면 인쇄를 위해 필름을 뽑는다.
제작을 담당하시는 분과 ’후가공’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도 빼 놓을 수 없다.
제작 담당자가 적합한 종이를 선택하고 제작 일정을 잡는 동안
편집자는 필름에 오류는 없나 검판을 한다.
정해진 제작일이 되면 인쇄소에 가서 인쇄 과정을 지켜 보면서 
색감은 어떤지, 잉크가 뭉치지는 않는지 감리를 본다.
인쇄와 접지, 제본이 다 이루어지면 비로소 책이 완성되는데!

그 책이 사무실에 도착하면 온 사무실이 술렁댈 수밖에...

내 새끼가 어디 다친 곳 없이 집에 잘 들어왔나 앞뒤로 살펴보는 기분이랄까.

시장에 책을 들고 나가야 할 영업 담당자와 홍보 담당자는
책을 받아든 순간만큼은 ’독자’가 되어 
어느 측면을 부각시켜야 독자들이 책을 읽고 싶어할지,
어떻게 책을 더 널리 알릴 수 있을지 궁리하기 시작한다.

아...
책 한 권에 온 사무실이 들뜰 수밖에 없지 않을까.

책은 한 달에도 몇 권씩 나오는데도 이렇게 매번 행복한 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옛말과 상통하는가 보다.




2. 칭찬은 청림인도 춤추게 한다

책을 예쁘게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저자의 인사만큼
책이 너무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는 독자의 칭찬만큼
청림을 기쁘게 만드는 일이 또 있을까?

우리 책이 우수하다고 여러 전문가들이 인정해 주는 것만큼
좋은 책이어서 기사로 소개하고 싶다는 기자 분들의 전화만큼

늘
딱 그만큼만 즐겁다면 좋겠다.



김재희 작가와 함께 한 색, 샤라쿠 출간 기념 파티파티!




3. 어디서 또 이런 동료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신간이 나오지 않은 날은,
특별한 칭찬이 없었던 날은 행복하지 않냐고?

노~ 노~ 노~

바쁜 업무에 쫓기다가도
점심 시간에 밥을 먹고 커피 한 잔씩 들고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어느새 미소가 베어 나온다.

이번에 다른 회사에서 나온 책 이야기,
각자 만들고 있는 책의 저자 이야기,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와 드라마 이야기,
독자들의 성향 분석과 그로 읽는 세계 정세 변화까지...

수다를 떨다보면 어느 새 깊이있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비슷한 성향이어서 비슷한 주제를 관심 있게 바라보기 때문인지
이야기는 몇 시간씩 뻗어 나가고 가지를 친다.

수다를 통해 똑똑해지는 느낌이랄까.

이런 ’생산적인 수다’를 매일같이 즐기기란 쉽지 않다.

내가, 이 맛에 회사를 다닌다니까! >_<





***

행복한 순간이 있으면, 분노하거나 슬픈 순간도 있는 법!

일상인데도 매번 가슴 아린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지~

곧 공개합니다.

청림인을 아프게 만드는 일상, best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