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책이 꼭 저학년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림책하면 유아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학원과 공부에 쫓기는 초등학생과 청소년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선물해주는 책으로 그림책을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199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짧지만 깊이 있는 글과 디자이너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마누엘 에스트라다의 독특하고 강렬한 그림이 만난 '물의 침묵' 행간의 여백으로 하여금 우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동화책입니다.

 

낚시하는 소년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 물고기를 잡을 희망에 부풀었던 소년이 물고기를 잡기는 커녕 가지고 있던 낚시도구까지 놓쳐버리는, 마치 아기 때 자신만만 희망에 부풀었던 아이들이 공부와 성적이라는 굴레에서 꿈과 열정을 놓쳐버리듯이..... 하지만 자신의 낚시대를 망쳐버린 그 큰 물고기를 다시 잡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하는 소년에게 할머니는 단지 이 한마디를 할 뿐입니다. "얘야, 그런데 그 물고기가 지금도 거기에 있을까?" 아이 스스로 실패를 통해 깨달을 수 있도록 넌지시 기다려주는 할머니,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침묵으로 아이를 일깨워주는 건 바로 자연, 바로 진한 강의 침묵이었습니다. 말없이 흐르는 물이 들려주는 깊고 넓은 가르침!
자연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줄 알고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온 몸으로 배운
이 소년의 아름다운 성장이 그려집니다. '하얀 낮이 작별을 노래하는 곳' 장소의 이름조차 마치 인디언들이 부르는 자연을 닮은 이름처럼 특이하고 예쁩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시리즈이지만 어른들도 함께 읽어도 좋은 명품그림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