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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먼지라는 것은 아주 독특한 의미를 지닌다. 자크가 여자친구와 이별하기 전에는 집 안에 먼지 하나 없었다.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또 돌렸기 때문이다. 둘 다 진공청소기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꽁스땅스와 헤어진 후 자크는 6개월 동안이나 청소를 하지 않는다. 집 안은 먼지로 가득해지고 결국 6개월이 지난 후 자크는 청소할 결심을 해 가정부를 고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가정부는 진공 청소기를 쓰지 않는다. 진공 청소기라면 공기를 순간적으로 진공 상태로 만들어 먼지를 빨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먼지를 제거하는 데는 거의 완벽하다 할 수 있다. 거의. 그러나 로라는 빗자루를 들고 덧신을 신고 음악을 들으면서 청소한다. 먼지와 함께 춤을 추면서. 로라가 쓸어내느라 허공에 춤을 추듯 떠올랐던 먼지는 로라가 돌아서면 다시 조용히 가라앉는다.

중간을 뛰어넘어 뒷 부분으로 가자. 로라가 자크와 연인이 된 후 갑자기 꽁스땅스가 자크를 찾아온다. 그녀는 헤어진 자크와 다시 만나고 싶어하지만 옛 상처가 다시 벌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자크는 로라를 데리고 직장도 버리고 친구가 있는 바닷가 별장으로 떠나버린다. 그러나 그러한 친구의 집도 안식처는 아니었다. 그 친구는 바로 한 때 꽁스땅스의 연인이었던 남자인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자크는 혼란함을 느끼고, 게다가 로라마저 새로 사귄 젊은 남자에게로 떠나가 버린다.

자크는 바닷가에 누워서 생각한다. 먼지를 피해, 세상을 피해, 삶의 법칙을 피해 바닷가에 왔는데 결국은 거대한 먼지 위에 누워 있게 되었다고(모래가 먼지에 비유된다). 해변가에 나른한 표정으로 누워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죽음을 준비하며 죽음을 향해 한 발 한 발 무리지어 걸어가고 있는 군중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자신은 아직 그 무리에 들어갈 수 없다고 느낀다.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 라고.

첫 여자친구와 헤어진 자크는 집 안에서 죽은 사람처럼 먼지를 껴 안고 산다. 아마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다면 그는 자살했을지도 모르리라. 그러나 결국은 먼지를 쓸어내기로 결심하고 로라를 고용했다. 그러나 로라는 먼지를 제거하는 사람이 아니다. 먼지와 함께 더불어 움직이는 사람이고 로라가 쓸어낸 먼지들은 휴지통으로 들어가 어디론가 버려질 것이고 그 먼지들은 결국 다시 먼지로 돌아가 자크의 집으로 들어온다. 진공청소기라 해서 다를 바는 없다. 먼지를 완벽하게 제거하지도, 소멸시키지도 못한다. 그러나 진공청소기는 먼지를 완벽하게 없애고 싶어하는 인간 소망의 산물이다. 그에게는 먼지를 없애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로라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이미 한 번의 실연의 아픔을 겪었던 자크는 두 번째 이별, 로라와의 이별에 있어서 전과는 다른 태연함을 보인다. 로라가 새로 만나게 된 청년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내가 이 여인과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로라와 그 청년이 보게 된다면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라고. 그는 아직은 죽음을 향해 묵묵히 걷고 있는 군중 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울먹이기는 하지만, 그는 어느새 삶에 조금은 더 익숙해진 것이고 결국은 죽음을 향해 가는 무리에 자신을 끼워넣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