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말하는 이 하나님이란 것이 어디에 있느냐? 어떤 자상한 지성적 존재가 아기들에게서 굶주림을 싹 닦아내고, 선량한 서민들이 밤이고 낮이고 한 순간도 빠짐없이 비명을 지르고 불에 타고 피를 흘리는 것을 지켜본다고 생각해? 그건 하나님이 아니야. 그저 씨벌 인간들이지. 넌 인간의 욕망이라는 이 뱀 굴에서 우리와 함께 붙어 있었지 않니? 좌절 끝에 석회처럼 굳어 필요가 되고 만 그 욕망 말이다. 아파하고 쓰라려 하는......."
..
"아가야 넌 정말로 배를 놓쳤구나. 간단하게 말하마. 너 같은 씨벌놈도 이해할 수 있게. 아버지 하나님은 우리가 긴 바지를 입을 수 있을 때까지만 우릴 기르셨다. 그리고 나서는 지폐에 당신 이름을 갖다 쓰라고 인가하셨지. 자동차 열쇠도 탁자 위에 남겨두시고. 그리곤 씨벌 멀리 가버리신 거야."
그의 눈 속에 물이 차오른다.

"살려달라고 하늘을 올려다보지 마라. 이 아래를 보거라. 우리 비틀린 몽환가들을."
그가 내 두 어깨를 잡고 내 몸을 한 바퀴 돌리더니, 주먹질을 하며 나를 벽에 걸린 거울 쪽으로 몰아세운다.
"네가 하나님이다. 책임을 지거라. 네 힘을 행사해."
네 사람이 문에 나타난다. 간수 둘, 교도 목사 한 사람, 그리고 검정색 양복을 입은 사내다.
"마지막 행사를 치를 시간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