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게 된 계기랄까, 바로 이 책의 저자인 Christian Mikunda를 이번 서울 MICE 포럼의 연사로 초청하기 위해 였다.

 

사실, 그와의 첫 만남은 2006년도였던 것 같다. ‘제3의 공간’이라는 그의 저서를 읽고 나서 공간에 대해 무심했던 내가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다. MICE 분야에서 일하면서 해외 여러 컨벤션센터나 유명한 관광지를 볼 기회가 많았는데 이 책을 접한 이후로는 어디 갈 때마다 공간 연출에 얼마나 신경쓰고 있나,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6년 만에 나오는 그의 신작 ‘마음을 훔치는 공간의 비밀’에 내심 기대도 있었고 또한 이번 서울 MICE 포럼에서 ‘MICE Culture’라는 주제가 있어 공간 연출가인 그를 섭외하는 것이 어떨까 얘기가 나온 중에 어떤 주제를 커버할 수 있을까라는 일 적인(?) 호기심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음을 훔치는 공간의 비밀’은 ‘제 3의 공간’의 2탄 같다는 느낌이다. 단지 공간 연출뿐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반영/고려한 공간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그리고 그들의 소비를 이끌어 내는가를 보여주고 있지만 어쩐지 전작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매장을 담당하는, 또는 도시 마케팅 담당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책에서는 인간이 느끼는 행복감을 영예로움, 환희, 파워, 탁월함, 열망, 황홀감, 여유 등 7가지로 분류하고 이를 공간에 어떻게 반영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들을 통해 그 공간에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백화점의 디스플레이들이 이미 이러한 인간의 감정들을 계산하고 연출한 공간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되자 왠지 이성적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도 든다.;)

 

책을 읽다 문득 ICCA의 아태지구 본부장인 Noor Hamid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근데, 서울 하면 생각나는 게 뭐지? 랜드 마크는 뭐가 있더라?”

서울은 과연 무엇을 팔기 위해,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걸까. 디자인 서울을 만들기 위해, 수십억 원의 돈을 투자하고 한강 르네상스니 청계천 복원사업이니..여러 사업을 벌이는 걸까 하고 생각함과 동시에 서울이 외국인 방문객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가진 비장의 카드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내 주변에 나의 마음을 훔치는 공간은 어떤 곳이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연 나의 행복감을 이끌어내는 공간은 어디? 이번 주말 여유를 가지고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