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지하철 안. 주위를 둘러본다. 열에 예닐곱은 뭔가 만지작거리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MP3.. 종류는 다 달라도 모두 자신의 세상에 몰두하고 있다. 태블릿 PC를 들고 있는 한 남성이 다른 직장 동료처럼 보이는 남성에게 하는 이야기가 우연히 들려온다. "아, 요즘엔 너무 바빠. 메일 또 보내달라고 연락왔네.." 대화를 나누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손에 들고있는 스크린에 집중되어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휴대기기인지, 인간을 편하게 하기위해 만들었다지만 어느새 우리의 자투리 시간까지도 너무나 분주하게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님이 회원님의 담벼락에 게시물을 남겼습니다.' 

오늘도 담벼락에 글을 남긴 이들로 인해 날라온 메일들이 차곡차곡 메일함에 쌓여간다. 메일을 클릭해서 들어가서 댓글을 남기곤 메일을 지운다. 그러면 몇분 지나지 않아 다시 메일함에 새로운 메일이 날라든다. 또 누군가 담벼락에 게시물을 남긴것이리라. 30초 전에 남긴 글에 나의 친구는 1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댓글을 남겼다. 뿌듯함인지, 페이스북에 빠진 즐거움 때문인지 나에게 스마트폰으로 바꾸라고 계속 권유하는 내 친구. Oh.. 난 아직.. 별로 바꾸고 싶지 않을 걸?

 

내 폰은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상상이 된다. 상상만으로도 갑갑함이 전해온다. 아직 난 분주함 속에 빠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이번 속도에서 깊이로라는 책을 읽고나서 나의 반(反) 얼리아답터 정신에 동지를 얻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철학자들의 이야기라 딱딱할 것 같았는데 마치 철학자들이 살고있던 몇 천년 전과 지금의 시대를 넘나드는 비유법적인 이야기가 마냥 딱딱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메일 없는 금요일 (no email fridays)'라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마치 내 삶을 들켜버린 듯한 생각이 들었다. 하루 정도는 이메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싶어 하루종일 인터넷을 멀리하는 주말을 보내지만 저녁엔 결국 인터넷을 켜서 하는 제일 첫번째 일, 메일 체크. 어느 새 나도 이메일 체크를 하지 않으면 초초하고 불안하고 분주한 도시인이 되어버렸다.

 

Stop! Breathe! Think! (멈추고, 호흡하고, 생각하라.)

인터넷을 끄고,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휴대 전화를 끄라고 말한다. 그리고 느끼라고. 제대로 생각하라고 권유하는 이 책. 나도 오늘 하루는 핸드폰을 꾸욱 눌러 종료를 시켜본다. 표지에서도 보이지만 깊고 조용한 숲으로 산책가고 싶다. 스마트 폰을 버리고 제대로 스마트해질 수 있는 하루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