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겁이 없는 젊은 선비가 밀양 부사가 되겠다고 지원했어. 주위 사람들이 모두 말렸지만, 선비는 고집을 꺾지 않았지. 선비는 밀양에 도착해서는 관가 하인들에게 명령했어. 등불을 환하게 밝혀서 대낮처럼 해 놓으라고. 하인들은 마당이며, 방안이며, 대문이며, 온 집안에 등불과 촛불을 밝혔어. 그리고 선비는 방안에 앉아 책을 읽으며 밤을 새우기로 했어.”

나는 점점 긴장되었다.

“드디어 강아지도 잠든 깊은 밤이 되었어. 한 가닥 회오리바람이 휘이잉, 하고 부는 거야. 촛불과 등불이 펄럭펄럭하더니 훅, 꺼져 버렸어. 주변은 아주 캄캄해졌지. 그리고는…….”

“그리고는?”

아랑 누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좌우로 흔들면서 을씨년스러운 소리를 냈다.

“갑자기 ‘이히히히! 부사님, 부사니이임!’ 하면서 갈기갈기 찢어진 옷을 입은 처녀 귀신이 나타난 거야. 젊은 태수는 조금도 겁먹지 않고 소리를 버럭 질렀어. ‘대체 네 정체가 무엇이냐? 부사들을 왜 밤마다 죽였느냐?’ 그러자 처녀 귀신은 허공에 떠서 스르륵 다가오더래. 
 

그리고 젊은 부사 앞에서 공손히 엎드려 절을 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대. ‘제가 억울한 일을 당해 한이 맺혀서 도저히 저승에서 잠이 들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새로 오신 부사님께 말씀드리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제 모습을 보기만 하면 어찌된 일인지 모두 놀라며 돌아가셨습니다. 제발 부사님께서는 놀라지 마시고, 제 얘기를 들어 주십시오.’ 젊은 부사는 처녀 귀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어.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보면 볼수록 예쁘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래서 마음 놓고 얘기를 들어 주었지.”

아랑 누나는 쌩긋 미소를 지었다.

“으이구, 그 처녀 귀신이 아랑 누나였구나!”

내가 혀를 차면서 말했다.

“하여간 눈치도 빨라. 나는 젊은 부사에게 주기에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사연을 얘기했어. 그리고 내일 하얀 나비로 변해서 나를 죽인 자의 머리 위에 앉을 테니, 꼭 원수를 갚아 달라고 부탁했어. 부사는 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지. 예쁜 처녀 귀신의 부탁이니까 안 들어줄 수 없었을 거야. 그치?”

아랑 누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귀신들의 지리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