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하기엔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 좋아하는 아마추어의 글 수준에, 출판사에서 손을 본 것 같지도 않다.

만연체에 문맥도 어긋난 부분이 많고, 오자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책 전체의 내용 흐름도 매끄럽지 못하다. 

개인 출판이거나, 교민신문에 올린 글들 모아서 다시 손보지 않고 그냥 출판한게 아닌가 싶다.

 

개인사 신변잡기 위주의 내용인데, 삶에 대한 자기 성찰보다는 당시의 감정을 넋두리 하는게 주다.

그 때 당시는 섭섭했다, 그 때 당시엔 그랬지만 고맙게 생각한다, 그 때 당시엔 니가 너무했다 등등,  가족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메시지도 여기저기 나온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겪은 일에 대한 고찰이 다분히 개인적이라는게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목부터가 여왕이다.

설마설마 했는데, 스스로 존엄을 가지고 오롯이 일어섰다는 뜻의 여왕이 아니라, 정말로 주변 사람(현지인)들이 떠받들어 주는 여왕이다.

가령, 인도네시아의 가정부들과의 마찰을 다룬 부분이 나오는데, 현지인의 문화적 차이 대한 이해 보다는 부정적이고 비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자신은 나름대로 잘해주는데 교육 수준이 낮은 가정부들의 소양이 덜 된 탓이니 그냥 참고 산다는 식으로, 현지인들을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외국인으로서, 고용주로서 피상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현지 생활 경험이 어느 정도 있다면 나름대로 첨삭해서 이해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잘못된 인식을 갖기 십상이다.

 

글쓴이의 나이가 40대 중반에 큰 업적이 있는 인물도 아니니 회고록이라기엔 그렇고, 개인 일기 수준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게 재미있다는 사람이라도 책을 쓴다는건 힘든 일이다.

하지만, 책을 대중에 출판했다면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다.

9천원이라는 돈과 시간을 들이게 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혹평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의 글을 시장에 내놓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부디 이 혹평을 딛고 좀더 나은 글을 쓸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