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은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우리 지역에서는 지역중심 도서관에서 이동도서관을 운영한다.

버스에 도서관을 꾸며 2주에 한번씩 아파트와 동을 순회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책을 대출해주고 다음 방문하는 날에 반납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작은 아이를 낳고 휴직을 하면서 알게 된 움직이는 도서관. 그 덕에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이용객이 나 마저도 버스 안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면 참 뿌듯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선택하는 책의 종류가 대부분 학습만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학습만화 제목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우리고 고등학교 시절 그 속에 내재된 무거운 내용들, 그 속에 내재된 정서적인 감성들, 그런 것들이 깡그리 무시된 채 문학 작품들이 학습만화로 출간되어 있었으며, 그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단지 만화이기에 쉽다라는 생각으로 그런 책들을 읽고 이해했다고 생각할 초등학생들을 보며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문학작품을 그냥 그대로, 자기가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면 그만이지 무슨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고 작가의 감성을 고스란히 그대로 느껴야 하고 하느냐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분명 작가는 자신이 글을 쓸 때 자신의 글을 쓸 때의 느낌을 독자들이 느껴주기를 바랄 것이라고. 그래서 작가의 그런 점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작품을 대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그렇기에 비록 단편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그런 정서와 감성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수 좋은 날을 읽고서 왜 그리 운수 좋은 날 비가 내려야 했는가를 조금은 의식하며 글을 읽어야 한다고.

감자를 읽으며 복녀의 행동들에서 왕서방의 복녀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리고 복녀 남편의 무언의 긍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고교시절 작가의 작품을 온전히 읽지 않고 교과서에 실린 부분을 읽고 그 작품의 주제와 등장인물의 성격을 달달 외우던 때가 생각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의 작품을 굴비 엮듯이 엮어서 달달 외우기도 했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것들을 깡그리 잊혀지고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들만 언뜻언뜻 떠오를 따름이다.

나와 같은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다시 그 때의 기억을 더듬듯 그 작품들을 읽어내려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 때에 적절히 권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