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은 다른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똑같은 공간에서 두 장소로 사람들이 나누어지는 것은 그들의 태도에 달려있다. 얼마나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가. 각자의 손에 쥐여진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숟가락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긴 숟가락이 의미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 자기가 먹을 수 없다면 옆의 사람이라도 먹여주자는 그들의 마음에서부터 천국은 이미 시작된다.

  탈락하지 않는 세상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진 대부분의 제도는 잘하는 사람을 시험으로 선별하여 그들에게 기회를 준다. 우리가 아무리 열정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만 평가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 시험을 친다. 단지 하루 동안 친 시험으로 하나가 결정된다. 그 하나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대학’이 될 것 같다. 사람이 만든 제도는 틈이 없을 리가 없다. 그것을 무시해 버린 채 스스로가 만든 규칙에 따라 사람을 평가한다. 얼마나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기에 평가할 수 있는 지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다르다. 후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지위에만 의존해서 내가 좀 더 우월하니까 나는 판단을 내릴 권리가 충분하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한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자기의 미래를 위해서 어떤 방법으로든지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 노력의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인간은 너무 초라하다. 우리가 만들어낼 수많은 기적과 가능성이 단지 숫자만으로 점수가 매겨져야 하는 건지. 만약 사람들의 다른 점이 지나온 세월뿐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억지를 부리는 것과 다름없다. 그 와중에 어쩌지도 못하는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처음부터 조건이 달랐다면 그러한 사정을 고려해주는 게 관례지만 우리는 결과를 보는 데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 과정이 어찌되었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고 성공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 뿐이다.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나라는 우리를 철저하게 나누고 있다.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야 한다. 조금이라도 방심한다면 결과는 바뀌기 쉽다. 그리고 기회는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천국을 꿈꾼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절대 천국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가 된다. 사회의 잘못된 모습들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곧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새로운 곳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부터 바꾸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것을 실현하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나라가 바로 ‘핀란드’라고 생각한다. 어두운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월 속에 묻혀 있었다면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잠시 이야기해보자면, 핀란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약 700년 간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었는데 스웨덴에서는 약간의 자유를 누렸지만 러시아의 지배를 받으면서 그것마저도 누릴 수 없게 되었다. 그 후에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편에 서면서 패전국이 된 핀란드는 폐허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무너지지 않았다. 전쟁 배상금을 갚는 노력을 하고 동시에 경제 성장을 꿈꾸는 핀란드는 더 이상 과거의 어둠 속에 잠겨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리면서 노력한 것처럼 그들도 나름대로의 희생을 치렀을 것이다.

  ‘우리는 가진 것이 너무 없어서 사람을 키워야 했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작은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아이의 재능이건 잃어버릴 여유가 없다.’ 그렇게 시작된 실험의 목표는 ‘같은 배를 탄 학생들이 모두 무사히 항구에 이르도록 하는 것.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가장 좋은 방법은 경쟁이었지만 핀란드는 많은 나라가 선택한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교육을 이용한다. 그들은 몇 번의 시험으로 우열을 매기는 것은 어느 곳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처럼 우위에 있는 사람들을 골라내어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눌러야 하기 때문이다. 현명한 이 사람들은 경쟁보다는 협동이 모두가 살아가기에 최적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마다 다른 출발점 때문에 어느 곳에도 공정한 경쟁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바탕이 된 그들의 교육에는 성적표는 있지만 등수는 없다. 숫자로만 매기는 점수 대신에 자기가 세운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알 수 있다. 9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모두 치르는 일제고사. 거기에 따르는 차별. 이는 차이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좁히는 도구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서는 그들은 실제로 15배의 예산을 더 투자한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로 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 연속 1위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공부를 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기 보다는 공부를 하고 싶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하는 게 그들의 목적이다. 억지로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사실들을 보면 핀란드가 교육의 천국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면, 학생답지 못한 행동을 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우리나라에서는 그에 맞는 교칙이 없다고 해도 가장 유사한 것으로 대체한다. 그러니까 본래의 목적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은 교칙과 판례를 들어 판단만 내릴 뿐이지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반면 핀란드에서는 학생에게 맞는 경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하나의 예로 일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 맞는 합당한 해결책을 새롭게 만들어 낸다. 학생 하나가 책임을 지지 않고, 원인이 될 만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쟁은 좋은 시민이 된 다음의 일이라고 핀란드의 전 국가교육청장은 말한다. 이런 사소한 모습을 보기만 해도 이 나라의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느낄 수 있다.

  사회의 부조리함 속에서 천국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토피아. 그것은 천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누구나 꿈꾸는 나라’ 아마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천국에서는 발전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세상 어느 곳에도 유토피아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 들어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유토피아를 꿈꾸게 된 것은 현실을 만족하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면 세상을 향해 소리쳐 보는 게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그 사람과 함께 평범한 사람이 생각하는 평범한 천국을 만든다면 나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는 것이다. 이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천국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비슷한 과거를 가진 나라의 힘찬 비상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껏 꿈꿔왔던 먹고 놀기만 해도 저절로 원하는 걸 얻게 되는 사회는 그 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 아무 것도 하지 않게 된다면 어느 시점이 지난다면 끊임없이 더 높은 이상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있는 곳이 설령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천국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우리의 천국을 위해서, 더 이상 숫자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이제 우리도 ‘경쟁’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거의 12년이란 긴 시간동안 ‘공부’한 우리들은 마지막 시험을 쳐야한다. 그동안 시험을 치면서 내가 올라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짓밟아 왔던가. 그들의 눈물 따위는 볼 여유조차 가지지 않은 채로 저 혼자 우뚝 서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1등만 생각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했었다. 우리가 1등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가장 잘 알려주는 문장 하나. 1등은 정상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희생해야만 했을 것이다. 주변의 풍경을 보고 웃을 수 있고, 새롭게 시작할 용기를 얻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이해심과 같은 사소하게 보이는 걸 포기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런 감정들이 없는 삶을 생각해 봐라. 얼마나 황폐한 하루하루가 되겠는가. 나중에 누릴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끝까지 그만두지 않았을 때 들려오는 말소리들. ‘독하다’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한 말을 듣고서도 쓰러지지 않은 채, 그러나 상처 난 가슴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부여잡은 채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기쁨은 잠시, 경쟁은 평생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된다. 그동안 참아왔던 슬픔이 저절로 넘쳐흐르는 순간이다. 화려한 경력을 보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 때문에 아물지도 않고 터지기만 했던 상처를 봐주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슬퍼하는 우리는 모두 ‘경쟁’의 피해자였다. 가장 사람들을 분류하기 쉬운 방법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소중한 시간을 바쳐왔다. 조금이라도 상승하는 기미가 보일 때가 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본다면 이런 식으로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하지 않은가. 원하는 위치에 오른다고 해도 가만히 있다고 해서 그 자리가 유지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최고의 자리만을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을 조금씩 바꾸어 가야한다. 한 사람의 생각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벌써 천국에 다다른 것만 같다.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나는 천국을 상상한다.

(핀란드에 관한 정보는 EBS 지식채널 e 와 네이버 백과사전을 참조했습니다)

서울대 선정 인문 고전 글짓기에 응모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