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읽고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 그리고 나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나의 가치관은 상당히 독특하다. 만약 세상이 인간 하나하나를 존중해주지 못한다면 나는 그 세상을 버리는 길을 택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 것이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이 필요에 의해 국가를 만들었듯이 쓸모없어진 세상을 버리고 세상을 여는 것 또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을 것이다. 세상은 자신들이 사는 환경에 따라서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농사를 짓기가 어려워 돼지를 키우는 데 사람이 먹을 10인 분의 곡식이 나가는 곳이다. 그래서 그들은 과감하게 돼지를 버렸다. 돼지를 먹지 않는다고 비난하기 전에 이렇게 하게 된 이유를 잘 살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것이 허용되지 않는 세상을 버리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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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나라 역사를 공부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야 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얘기 어디에 있겠습니까?

바쿠 할아버지의 조선인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컥 했다. 그 험난한 삶 와중에서도 한글을 공부하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런 억지가 어디 있는지 따질 수만 있다면 따지고 싶다. 한편으로는 자기 것을 배우는 것도 잘못되었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이 존재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작은 것 하나가지고 사람을 사람 취급 하지 않는 그들을 원망한다. 무엇을 위해서 우리의 희생이 필요했던 건지. 아무리 지금 우리가 반감을 가져봤자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한을 풀 방법은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릴 그들에게 원망하는 것이다. 감옥에서 비참한 몰골로 돌아온 아들의 죽음 앞에서 그 어머니는 원망하지 않았다. 대신 바쿠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아들 몫만큼 살아달라고 했다. 역시나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다. 모든 부모들은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 자식보다 부모가 먼저 가는 게 자연의 도리다.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묻을 곳을 찾지 못해서 가슴에 묻고 마는 것이다. 그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울어야했을까?

만약 내가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더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나라를 위해 죽을 수 있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진짜 고난이 닥쳤을 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나의 모습이 궁금하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나에게 나의 다짐처럼 진짜 생을 버리면서까지 나라를 구할 용기가 있는가?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게 나의 진심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나는 살아야만 한다. 살아야한다고 다른 사람을 누르면서 살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의 밑에서 그들의 눈치를 맞추는 것은 싫다. 도무지 개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희박하다. 또한 내가 스스로 걸어 나오지 않아도 주변 환경이 압박할 것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어마어마한 경력을 가지고 들어오는 직원이 있다. 나이가 찰수록 퇴직을 언급하는 분위기를 누가 과연 견딜 수 있을 것인가?

“Not In My Back Yard"

사람이 가지는 이기심을 드러내는 말이다. 요약하자면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 유해한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말이다. 쓰레기 매립지나 장례식장 유치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에게 꼭 있어야만 하는 거지만 절대 동네 근처에 오지 않았으며 하는 한없이 이기적이기만 한 모습들이다. 쓰레기 매립지에 사는 아이들에게 매립지 이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떠나라는 선고밖에 되지 않는다. 마치 그들 모두를 쓰레기와 같은 취급을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서도 조용히 떠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구청에 불려간 끝에 이사를 결정한 고지 가족을 떠나면서 아다치 선생님은 짐승 같이 울었다. 얼마나 슬픔이 많았으면 그렇게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 수 있을까? 그리고 투쟁을 위한 단식을 시작했다. 무력으로 시위하기 보다는 조용한 저항을 한 것이다. ‘펜을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단식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로 바꾸어야 하겠지만 두 가지 말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다. 그들은 평화적인 저항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명 ‘쥐 번식 운동’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한 사람이 다음 서명자를 찾는 효율성을 가진 방법이다. 이렇게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훨씬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왜 우리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을 최고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엄청난 선심경쟁으로 우리는 정책에 더 이상 신뢰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결정하는 사람들은 각자가 내세우는 구호만 강조한다. 다른 상대방에게 혹시라도 질세라 파격적인 결정도 서슴지 않는다. 왜 그들은 다른 사람과 타협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는가? 끝까지 자신의 마당의 안위만 생각할 것인가? 하나만 보고 둘은 보지 못하는 좁은 소견으로 누구를 다스린다고 말하는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내가 주장하는 것으로 인해 피해볼 지도 모르는 이를 위해서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보자.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살아왔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다. 일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추억을 버리고 떠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당신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하라고 말할 셈인가. 우리의 이런 선택이 다음번에는 우리 자신의 목을 조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왜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가?

나쁜 일은 사람을 골라 가지 않는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누르기가 힘들지만 상당히 점잖은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회에 바라는 것이 있을 때는 욕하기 보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말이다. 내게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을 원하지 않아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쓰임새도 없는 것을 원하는 우리의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의 바람을 채우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려야 한다는 게 진실이다. 이 사실을 알면서 욕심을 부린다면, 세상이 내가 원하는 것을 당연히 들어주어야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나의 옆에서 나를 믿어주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깨닫게 될 것을 확신한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라를 잃은 슬픔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살고 있는 곳에서 쫓겨나지 않아도 될 텐데. 내가 세상을 버리고 다른 세상을 열어야한다고 주장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럴 수가 없어 아쉬울 뿐이다. 사람들은 절대 자신이 쥐고 있는 것을 놓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