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바뀔 수 있을까? 진짜 우리 주위에는 영혼이 돌아다니고 있을까?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을까? 자기가 이루지 못한 무언가를 위해서 우리를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가끔은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나답지 못한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할 때. 이상하게도 그런 일이 하고 싶을 때 말이다. 완전 판박이 같은 쌍둥이가 있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서로를 귀찮아하지는 않았을까? 내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일란성이 아니라 이란성 쌍둥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면 적어도 내가 다른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계속 비교되지 않고 말이다. 같이 생겼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나는 알고 싶지도 않다.

소설 속에서는 많은 것들이 일어날 수 있다. 죽음, 그 후의 일은 항상 궁금했다. 매번 죽음의 순간이 닥쳐올 때마다 그리고 죽고 난 뒤에 나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한 번도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겪고 싶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통스러운 순간을 견뎌내야 하는데, 내 심장은 그 모든 것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 못하다.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다. 하기야 죽음 앞에 강한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만약 저승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승에서 유령으로 떠돌게 된다면 내가 사랑했던(혹시나 아직 살아있다면) 사람의 생활을 볼 자신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책 속에서 죽은 여자로 대신하는 거다. 잠깐이나마 그 느낌을 느껴보기 위해서. 죽지 말아야겠다고 죽지 않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죽을 거다. 그리고 나는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

그런데 계속 드는 생각은 ‘결말,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독해력이 낮은 건가? 왜 이해가 안 되는 걸까?’다. 일단 발렌티나는 줄리아에게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죽은 이모의 유령과 함께 하나의 계획을 짠다. 저번에 이모가 고양이의 영혼을 빼었다가 다시 넣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의 영혼도 그렇게 해 달라며, 그리고 그 후에 줄리아에게서 떠나서 혼자만의 독립된 삶을 살기로 마음먹는다. (중요한 건 이들의 엄마도 쌍둥이(똑같이 생긴)라는 점이다. 이것은 뒤에 가서 엄청난 사실을 알려 준다. 하지만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아니다.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모를까봐 안도하고 몇 년이 세월을 살아가는 모습은 본받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럴 마음은 한 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발렌티나가 유령이 되어 있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면 어떻게 된 걸까? 그 이모가 자신이 발렌티나의 몸을 차지하기 위해서 딸(혹은 조카)에게 거짓말을 한 걸까? 뭐랄까, 약간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 거 같다. 이 책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을 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남아있는 건 줄리아의 입에 실려 고양이와 함께 집을 탈출하는 발렌티나다. 시간이 된다면 다시 읽어보리라. 그리고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