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철님은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활 한 이야기를 정감 있는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나타내 주시곤 합니다. 이 번 책 우리소 늙다리는 이호철님이 어릴 때 집에서 키우던 암소인데 나이도 많고 깡 말라다고 동네 어른들이 붙여준 이름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농사 일 할 때 소가 없이는 힘들었고 소 한마리가 집 안의 일꾼이었답니다. 소 한마리 키우며 이 소가 울 아들 중학교 갈 학자금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그러나 이 소가 아이들에게는 애물단지였습니다. 왜냐하면 소죽 끓이는 일은 아이들 차지였기 때문입니다. 친구들과 밖에서 놀고 싶은데 소죽을 끓이라고 하면  죽기보다 싫었고 소가 너무 미워졌습니다. 함께 놀던 동무들도 소죽 끓인다고 먼저 갈 때도 있습니다.소죽 끓이지 않았다고 엄마한테 혼이 나기도 합니다.

         

  "호철아, 너 소죽 남은 거 쯤 퍼가 손 깨끗이 씨거래이! 손등에 때가 꾸덕꾸덕해가 다 트는구만. 얼릉 씻거라, 저녁 먹구로!"

            이 글을 읽고 깜짝 놀랬습니다. 소죽을 떠다 어떻게 손을 씻어,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옛날에는 뜨거운 물이 귀하고, 소죽이 뜨거우니까 때를 닦으라는 소리인 것 같아 남편한테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만 자란  저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였으니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곁에 있던 아이들도 듣고는 아빠도 그랬냐고 웃습니다.

소죽 끓이는 일 뿐 아니라 날이 따뜻해지면 소 꼴먹이기도 아이들의 몫이었습니다. 저학년 아이라면 교과서에도 나왔던 < 심심해서 그랬어>를 생각 나는 부분입니다. 소들이 남의 밭에 들어가 겅중겅중 뛰며 밭을 망쳐 놓기도 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습니다.

               

                

 산골짝 개울에서 가재 잡으면 실컷 놀다 보면 소들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하루는 늙다리가 보이지 않아 산 꼭대기 공동묘지까지 찾으러 갑니다.나를 무섭게 한 것이 너무 얄미워 분풀이로 늙다리

주중이를 주먹질에, 돌멩이질을 해서 피가 나게 했습니다. 죄없는 짐승을 누가 그랬냐고 아버지한테 말 듣고, 늙다리 귀신이 꿈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늙다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꼬리를 흔들며 워낭소리를 냅니다. 나는 미안하다고,후회한다고 합니다.

                

  귀한 소와 함께 자란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시댁에서 키우던 소가 갑자기 죽은 일이 있었습니다. 새끼까지 가진 암소였는데 송아지를 낳기 얼마 전에 죽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모릅니다. 외양간이 있던 그 자리에 방을 들였는데 아이들이 늙다리 이야기를 읽고는 그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와 남편에게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이제는 농사일에 기계를 사용하기에 예전처럼 소가 귀한 존재는 아니지만 우리들의 추억 속엔 여전히 귀한 존재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