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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지구를 살리는 50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내용을 완벽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놀이공원에서 나눠주는 헬륨 풍선이 바다로 날아가면 고래가 잘못 먹고 죽을 수도 있고, 미국 어린이들은 창고 세일(garage sale)을 해서 쓰지 않는 물건을 남에게 나눠준다는 것을 알고 어린 나이에 적잖은 충격과 자극을 받았었다.

그러고 보면 어린 시절의 독서가 정말 중요하다. 성인이 되어 읽은 책은 제목만 기억날 뿐 내용은 잘 떠오르지 않는데, 어릴 적에 읽은 책들은 제목은 잘 몰라도 인상 깊었던 구절이나 내용은 지금까지도 생생히 떠오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맥스미디어에서 나온 책 <녹색세대>를 꼭 읽었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에 읽은 이 책 한 권이 앞으로 그들이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녹색 세대>는 방송인이자 주부인 린다 실베르센, 그리고 그의 아들인 토시 실베르센이 쓴 책이다. 린다는 아들 토시와 함께 지구를 보호하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실천하고 있다. 책에는 식단, 가정, 여가, 쇼핑 등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부터 교통, 학교와 직업 등 보다 사회적인 방안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이 읽기에도 배울 점이 많았다. 몇 구절만 간추려 소개해 본다.

환경보호에 있어서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은 좋지 않다.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더 옳은 선택을 하면 된다. 집에서 물을 챙겨 나오는 것을 깜빡해서 생수 한 병을 샀다면, 생수 병을 몇 번 다시 사용한 뒤 분리수거함에 넣으면 된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p.18)

환경보호에 뜻이 있지만 환경 운동가가 되거나 채식주의를 선언하는 등 거창한 활동이 부담스럽다면, 생활에서 조금씩 실천하는 것도 괜찮다. 안 버리고 다시 쓰고, 새로 사지 않는 것도 훌륭한 환경보호 활동이다. 나는 새 종이나 노트를 굳이 사지 않고 이면지를 직접 제본해서 쓰고 있다. 노트 살 돈을 아껴서 좋고, 종이를 낭비하지 않아서 좋다.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파트리사 코난트의 말에 따르면, 파라핀으로 만들어진 초를 태울 때 나는 연기는 벤젠이나 톨루엔 등의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간접흡연만큼이나 몸에 해롭다고 한다. (p.89)

케이크에 꽂는 초, 어머니께서 생선 굽고 피우는 초에도 안 좋은 성분이 있는 것일까? 아버지께서는 늘 간접흡연이 안 좋다며 밖에서 담배를 피우시는데, 정작 집 안에 간접흡연보다 해로운 연기가 있었다니 충격적이다.

백화점에 가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상품을 사면 에너지를 더 많이 절약할 수 있다. (p.146)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눈이 번쩍 뜨이지 않을 수 없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프라인 상점이나 단체들이 온라인으로 옮겨오고 있는데, 이를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자원 부족과 연료 고갈 문제를 생각하면, 차라리 온라인을 잘 활용하여 오프라인의 낭비를 줄이고, 기술 개발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가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마음을 위한 101가지 이야기>라는 책이 불티나게 팔리자, 책의 저자인 잭 캔필드는 책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나무를 베고 있다는 사실에 애석해했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책의 내용과 너무나 상반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후로 잭과 출판사는 종이 소비를 상쇄하기 위해서 몇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p.127)

책도 마찬가지다. ‘책은 종이를 넘기며 읽어야 제 맛’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온라인에서 책을 읽거나 '이북(e-book)'을 다운로드 받는 것에 대해 나쁘게 생각지 않는다. 수없이 많이 베어지는 나무들과 이를 운반하고 가공하는 데 쓰이는 연료와 해로운 물질들을 생각해 보자. 이에 비하면 전자책이나 이북은 얼마나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가. 잭 캔필드의 사례를 읽으며 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책의 내용 뿐 아니라 책이 만들어지고 보관되며 버려지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헨리 소로우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집이 있어도 지구가 건강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 또한 녹색을 걱정해야 하는 세대 중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의 내용을 명심하고 꼭 실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