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책이 나왔다. 구미정 숭실대 교수가 자그마치 3년동안 <주간기독교>에 연재했던 ‘성경 속 여성 리더들’ 이야기가 단행본으로 출판됐다.
 
   <핑크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엮인 이 책은 물론 이미 다 본 건데, 뭘 기다리기까지 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 셋은 모르는 말씀. 완성된 책을 손으로 한 장씩 넘기며 마치 작가와 막역한 친구가 된 듯, 함께 호흡하는 그 맛이란. 연재를 통해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작가역시 단행본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 연재할 당시만큼이나 자료를 뒤적거렸다고 하니, 기다릴만하지 않은가. (+@:책에는 아직 연재되지 않은 ‘마리아’ 편이 포함돼있단다.)
 

   게다가 작가의 글이 ‘신 들린 듯’ 경쾌하고 신명나게 춤을 춘다면, 그 춤사위에 맞춰 ‘깊고 자유롭게’ 깨달음을 얻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다. 바로 구미정 교수의 책 <핑크 리더십>에는 그러한 힘이 느껴졌다.
 

   구 교수는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면 두 뺨이 핑크빛이 된다”면서 “핑크는 사랑을 말한다”며 제목을 핑크 리더십이라고 지은 것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여기서의 사랑은 예수가 보여줬던 자기비움의 사랑.
 

   그는 이어 자칫 패미니즘적으로 비칠 수 있는 책의 제목과 내용에 대해서 “특별히 여성에게 집중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약자에게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성서속에서 악의 원천으로 묘사되는 여성들의 삶을 깊이 살피다보니 그들의 삶에서 핑크리더십을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아무 여성이나 잡아서 넣지 않았다. 명확한 원칙이 있었는데 ‘새로운 시대의 물꼬를 튼 리더십을 가진 약자’인지 아닌지가 판단기준이었다. 책속에 등장하는 릴리스, 미리암, 라합, 드보라, 룻, 미갈, 훌다, 에스더, 마리아 같은 여성들이 그들이다. 물론 이들의 리더십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어보기 위해, 숭실대학교에서 강의를 막 마친 구미정 교수를 만났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책이 너무 예쁘게 잘 나왔습니다. 명화들도 잘 어울리고요.

저도 마음에 들어요. 출판사(생각의 나무)에서 공을 많이 들여 주시더라고요.
 

책 얘기부터 해보죠. 책 제목이 왜 ‘핑크’예요? 성서 속 여성들을 다뤄서 그런 건가요? 여자=Hot핑크 이런 공식처럼요?

‘핑크’하면 여자보다는 ‘사랑’이 안 떠오르나요? 왜 사랑을 하면 남녀의 뺨이 핑크빛으로 물들잖아요. 어머니의 ‘내어주는 사랑’을 보여주는 젖꼭지와 자궁도 핑크빛이고요.
 

이 책의 주인공들은 여성이면서, ‘핑크’ 즉 ‘사랑의 리더십’을 보여주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예수님이 보여주셨던, 자기를 내어주고 비우는 그런 사랑을 말해요.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섬김’이 되겠죠. 이 책의 주인공들이 그런 ‘사랑의 핑크 리더십’을 잘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런 리더십이라면, 굳이 여성들만 쓸 필요는 없잖아요. 글을 읽는 독자들이 ‘여성편향적이다!’라며 거부감을 가질 소지도 있고요. 특별히 여성들만 쓴 이유가 있나요?

좋은 질문이에요. 분명 그렇게 보일 수도 있어요. 먼저 독자들께 이해를 부탁드리면서 변명(?)을 해보자면, 사실 제가 주목한 것은 ‘여성’이라기보다는 ‘약자’였어요. 항상 그렇듯이, 새로운 시대의 물꼬를 트는 사람들은 시대의 ‘약자’들이거든요.
 

이 사회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바꿔도 바꿀 수 있는 거겠지요. 그 당시, 약자이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 사람들은, ‘릴리스, 미리암, 라합, 드보라, 룻, 미갈, 훌다, 에스더, 마리아’ 같은 여성이었어요. 이들의 리더십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요. ‘새로운 시대의 물꼬를 튼 리더십을 가진 약자’에 초점을 맞춰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성서 속 여성들이 약자였나요?

인간의 삶이 신화와 종교의 영향을 피하기가 어려울 텐데요. 거의 모든 신화와 종교들이 여성을 악의 원천으로 묘사하고 있지요. 에덴동산 이야기만 봐도 그렇잖아요. “하와=죄인”의 구도를 알게 모르게 자주 접하게 되죠.
 

아시다시피, 기존의 사회도 또한 가부장적인 구조로 아무래도 권력의 사다리에서 여성은 아래에 있어요. 성서 속 여성만 봐도 그 했던 일에 비해 조연으로 머물고 있지요. 그런데, 이것은 또 아이러니하게 ‘핑크 리더십’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핑크 리더십’이요? ‘새로운 시대의 물꼬를 튼’다는 말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그렇죠. 이 책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리더십은 권력 사다리의 정상에서 아랫사람을 이끄는 형태가 아니라, 약자 편에 서서 혹은 약자로 서서, 권력의 중심부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리더십이거든요.
 

미리암 같은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어요. 모세가 이방여인을 취한 것을 두고 아론과 미리암은 비판을 해요. 그러고 나서 미리암이 피부병에 걸리는 장면이 나오죠. 성경에서는 미리암이 모세를 비판했기 때문에 피부병에 걸리는 것처럼 나오는데…,
 

“백성은 미리암이 돌아올 때까지 행군을 하지 않았다”(민 12:15)라는 말이 이후에 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위에서 지시했던 모세의 리더십과는 달리, 백성들의 병을 옆에서 ‘옮을 때까지’ 치료했던 미리암에게 민심이 기우는 것을 볼 수 있는 거죠.
 

그러면, 새로운 시대의 물꼬를 튼다는 말은 기존의 권위적이고, 경쟁적인 구조를 해체시킨다는 말이겠네요?

‘핑크 리더십’은 사실 ‘자궁문화’로 볼 수 있어요. 자궁이라는 부분은 여성 안에 있지만, 여성이 소유할 수 없어요. 그리고 자궁 안에 있는 생명은 여성이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지만, 이 태아도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지요.
 

다시 말하면, 소유가 아닌 ‘연결’과 ‘나눔’의 문화라는 것이지요. 찍어 누르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고 나눔으로써 기존 질서의 대안을 제시하는 거예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거지요.
 

‘소유’가 아닌, 나눔과 비움, 연결이 리더십의 핵심이라는 말인데요. 그런 면에서 왜 성서 속 핑크 리더들이 ‘조연’으로 남았는지 이해가 되네요. 무엇보다 지금 교회에서 꼭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현재 교회를 지탱하고 있는 여성 집사님들, 권사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도 보이지 않게 잘하시지만, 좀 더 의식적으로 계발하고, ‘자신’있게 나서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미리암, 라합, 마리아 등을 보면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시야가 훨씬 넓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핑크 리더십은 엄밀히 말해서, 리더십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하나님과 관계’를 말하는 책이에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기쁨을 찾고, 그랬기에 소유보다는 나눔과 비움을 할 수 있었던 여성들의 이야기죠. 그것이 자연스럽게 리더십으로 이끌어졌던 것이고요. 저는 이것을 ‘신의 부름에 따라서 그저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신의 부름에 따라 가셨으면 좋겠어요. (2010.7.7.뉴스파워/백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