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봤을 때 제목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희대의 소망>, 말 그대로 세상에 보기 드문 ‘희대(稀代)의 소망’이자 저자 ‘이희대의 소망’이기도 하다.

   잘 나가는 의사에서 4기 암 환자로

   저자는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미국 국립 암 연구소와 뉴욕 슬론 케터링 암 센터에서 암을 전문으로 연구한 의사다.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의사로서, 의대 교수와 암 전문 외과의로 일해 온, 한마디로 잘 나가는 의사다.

   그런 그가 2003년 1월, 대장암 2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곧 수술을 받았다. 회복 중에 병원의 기획실장 자리를 제안 받게 된다. 병원의 예산 집행부터 모든 의료와 진료에 관한 조정과 평가를 해나가는 병원의 중추적인 자리이자 병원장이 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자리였다. 당분간 몸을 추슬러야 한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획실장 자리를 수락하고 만다. 일 욕심에 누구보다 바쁘게 살던 사이 서너 달이 흘렀다. 병원에 최첨단 암 진단 기계를 들여놓으면서 기계를 테스트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찍게 된다. 결과는 다발성 전이. 간과 뼈에까지 암세포가 퍼져 있었다. 졸지에 흔히 말기라고 부르는 암 4기 환자가 됐다. 항암치료를 하더라도 생존율은 5%도 안 된다. 짧으면 6개월, 길면 2년 정도 후에 죽는다는 뜻이다.

   항암치료가 계속됐다. 그러고도 10번이 넘게 재발했다. 암세포는 칼로리 섭취가 자나치게 많을 때 번식을 잘하는 경향이 있다. 암은 욕심에서 비롯해 평생를 거쳐 회복해야 하는 질병이다. 골반에도 여러 차례 암이 재발해 골반(환도뼈)을 손바닥만큼 잘라냈다. 끈질기게 욕심을 부리다 절름발이가 된 야곱처럼 다리를 절게 됐다.

 

   하나님을 높이기 위해

   저자는 의사로서는 이미 유명인이었기에 자신을 높이고 유명세를 타기 위한 책보다는 병 중에 역사하신 하나님을 드러내고 영광을 돌리기 위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암 4기라는 것은 의사가 편의상으로 부르는 것일 뿐 말기, 곧 끝은 아닙니다. 내 목숨은 의사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의사는 수술은 하지만 세포 하나도 만들 수 없어요. 내가 죽는 것은 암 때문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부르셔야 죽는 것입니다.”

   성경공부는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교회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던 저자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기도하게 되었고, 절망 가운데 건지시는 하나님의 전적인 보호를 깨닫게 된다. 지금은 조금 불편하기는 해도 일상적인 일과 진료를 감당하고 있다. 2005년 가을 즈음엔 암 병동에도 예배를 시작했다. 지난 9월, 하용조 목사와 암환자와 가족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2주년 기념예배를 갖기도 했다. 저자가 암 4기가 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희대의 소망' / 이희대 저 / 두란노 펴냄/ 237쪽/ 10,000원>

   생명의 5기를 준비하라

   저자는 암은 차라리 축복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의 삶속에 주님을 온전히 영접하고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나의 ‘일’이었지만 내 ‘삶’과는 별개였던 환자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보듬을 수 있게 된 것.

   저자는 암 4기가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생명의 5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3차원인 육의 세계에는 죽음이 있지만, 4차원인 영의 세계에는 영생이 있다.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으나, 만약 영원한 생명이 있는 세계가 있다면, 정말 그러한 세계가 열려 있다면 우리는 당연히 생명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p.28)

   물론 저자처럼 육체적 생명이 연장되는 것도 생명의 5기로 볼 수 있겠지만, 육은 죽더라도 하나님을 영접하고 영원한 구원으로 들어간다면 그 또한 생명의 5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창조주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는 절망적인 생각, 두려움, 어두움, 죽음의 공포가 바로 죄다. 우리 몸에 있는 60조~100조 개의 세포 하나하나가 죄성에서 영성으로 바뀐다면, 어떤 질병에 걸리거나 어떤 고난에 처해도 우리의 몸은 거듭날 것이다. 예수님은 건강한 사람에게만 생명을 주시고, 4기의 암 환자에게는 생명을 안 주시는 분이 아니다. 결국 내 영혼을 소생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다.”(p.94~96)

   하나님은 신(神)이신 예수님을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보내어 우리에게 영생의 복음을 전하셨다. 또 이 시대에 하나님은 저명한 암 전문의 이희대 박사에게 4기 암을 주셔서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통로로 사용하신다. 생명의 5기를 전하고자 하는 이희대 박사의 소망은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복음의 본질과 닮아 있다. (2007.10.8.주간기독교/이연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