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 공존에 히트 친 이후 심심찮게 등장하는 사이코 패스. 겉은 멀쩡하면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를 일컫는 ’사이코패스(psychopath 또는 정신병질자)’ 라는 개념은 1920년대에 독일의 학자 슈나이더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정상인의 가면"-"도덕적 광기" 혹은 "정신병자: 살아 있는 악몽" 등으로 일컬어 지는 바로 이 사이코패스가 <로맨틱한 초상>의 중심 키워드이다.

장르상 스포일러를 밝힐 수 없으므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모습도 서슴지 않는 연쇄살인자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너무나 쇼킹하게 읽은 아바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보다 더욱 끔찍하리만치 여성을 살해한 후 질에 메뚜기 성충을 끼워넣는 모습은 정말이지 헛구역질 나올만 하다. 뉴스나 영화 등에서 살인을 접해 왔기 때문에 익숙해졌다고 활자가 적나라 해봤자지 라고 생각하면 정말 큰 오산이다. 독자들은 묘사에 대한 상상력이 뛰어난 편이며 거기에다 작가의 문체가 이를 뒷받침 해 준다면 정말...

 속삭임처럼 다가오는 리코더의 애절한 서주....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John Surman의 ’Portrait of a romantic’과 ’ABADDON’이란 표식 그리고 메뚜기.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는 범인은 과연 누구이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일까.

조각과 그림 등의 시각 예술, 여러가지 명품 오디오가 인물 못지 않은 비중으로 등장하는 음악 예술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그것 뿐이랴? 정신의학, 심리학, 종교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박학다식한 지적능력이 정말이지 놀랍기만 하다. 화가이면서 오디오 전문가이기도 했던 작가 이갑재. 생애 마지막 2년을 산 속에서 오로지 이 소설을 쓰는 데 바쳤다 한다. 좋은 작가를 알았다는 기쁨도 잠시 이미 고인이 된 저자에 대해 밀려오는 안타까움과 아쉬움 속에서 책을 덮었다.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