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허난설헌이 쓴 시중에서 27가지를 골라 책으로 펴낸 것이다.

맨 처음에는 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허난설헌이 쓴 보석같은 시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27개의 시들 중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시는 '궁녀에 노래'라는 시다.

"궁궐 뜨락엔 가는 곳마다 하르르 지는 꽃잎 휘날리고 // 궁녀는 향을

사르며 찬란히 저무는 빛을 바라보네 // 봄바람이 다 지나가도록 사람

하나 보이지 않으니 // 굳게 닫힌 대무은 어느새 푸른 이끼옷을 걸쳤네"

라는 시이다. 허난설헌은 예로부터 궁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궁녀라고 하면, 궁궐에서 지내는만큼 편하고 화려한 삶을 살아서

부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책으로 읽은 "운영전"을 통해서 생각이

바뀌었다.

"운영전"에서는 한번 궁에 들어오게되면 평생을 궁에서 보내야한다고 일컫었다.

그만큼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간다는 뜻인 것 같다.

허난설헌이 쓴 이 시에서는 궁녀에 대한 안타까운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특히 '봄'이라는 시의 내용은 봄의 풍경을 잘 묘사한 것같다.

"고요한 뜨락엔 꽃비가 내리고 // 흰목련 핀 둑길 위엔 꾀꼬리가 우는데 //

수실로 꾸민 비단장막은 아직도 선득선득 봄한기가 스며드네 // 바람 스치자

향로위로 한가닥 향 연기가 아물아물 // 잠에서 깬 어여쁜 여인은 곱게 단장하는데

향기로운 비단옷 귀한 허리띠에는 원앙한쌍이 새겨져 있네 // 주렴을 걷어 비스듬히

말아 비취찌를 꽂아 두고 // 나른한 손길로 은쟁을 잡아 봉황의 울음소리 타보는데 //

황금 채찍에 화려한 안장 얹고 님은 어디가셨나 // 다정한 앵무새는 창가에서 소곤소곤 // 풀숲을 날던 나비는 연못가에서 팔랑팔랑 // 꽃은 뭘보고 있나 난간 밖 하늘하늘 거미줄을 보고 있네 / /어느 집에서인가 피리 소리 흐느끼는데 // 황금술잔 맑은 술 위에 동동

떠서 빛나는 달님 // 밤새 잠 못 이루며 슬퍼하니 새벽이면 비단 수건은 붉게 젖어있으리" 라는 시다.

이 시는 한 여인의 쓸쓸한 마음과, 봄내음을 물씬 풍기고 있다. 또 봄은 사랑의 계절이라는 것을 알리는 듯 싶다. 위의 시처럼 시의 내용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시를 쓰는데 일생을 바친 여자 시인 허난설헌이 자랑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