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좋아서 제빵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무작정 파리로 떠난 여자, 양진숙씨

그녀의 열정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두려워서 집에서 너무 멀리 떠나 본 적이 없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맛있는 빵과 에스프레소를을 배불리 먹은 느낌과

한 여자의 파리에서의 여정을 기록한 일기장을 읽고 있는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참으로 생소한 카페 이름과 인명, 무엇보다도 빵 이름은 바케트를 제외하고는 아는

이름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 어려운 빵이름들이

내 머리 속으로 조금씩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파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빵의 사진들을 함꼐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은 느낌이었다.

예전엔 파리하면 패션의 도시이고 겨울이면 해를 볼 수 없을 만큼 날이 흐려서 

도시도 흐리고 사람들도 흐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빵빵빵 파리에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행복한 표정으로 "나, 파리가 너무 좋아요"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처음에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빵 만드는 레시피가 가득 들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다. 오븐이 있어도 만들 수 있는 빵과 과자의 기술이 하나도 없는 내게

빵 만드는 책이란 생각을 하며 집어 든 책이었다. 

간혹 빵의 역사나 초코릿의 유래와 파리에 맛있는 빵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 있지만

빵만드는 레시피는 없다.

하지만 어떠랴? 예술같은 빵을 실컷 구경하고 파리에 가면 소개되어 있는 빵집에

꼭 들러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을. 

빵을 주식으로 먹는 사람들이니 빵의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바케트빵은 하루종일 우

리의 밥처럼 먹는다고 한다. 아침에는 간단하게, 점심에는 샌드위치로, 그리고 딱딱해지면

비둘기의 모이가 된다는 바케트빵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사람과 빵과 사랑이 조화롭게 씌여져 있는 이 책이 참 정겹다는 생각을 했다.

버터, 설탕, 달걀과 아몬드가루를 섞어서 만든다는 아몬드크림,구워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크림이며,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아서 30대의 사랑을 닮았단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너무 부드러워서 쉬 식어버리는 20대의 사랑을 닮은

커스터드크림에 비해서 녹지 않는 아몬드크림을 먹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크림을 사랑에 비유하는 빵만드는 사람들이 참 로맨틱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빵은 맛있기만 하면 되고,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없이 그냥 먹기만 했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이름을 갖는 빵의 고유의 이름을 기억하면서 그 이름을

지칭하면서 먹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름다운 파리의 여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