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렴풋이 인생이나 세계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지요. 보통 사람들은 가장 공통적인 경험인 인생에 대해 말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높은 단계로는 경험적 철학자가 있습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쌓은 치열한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견해를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추천하는 경우는 이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전문적으로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문 철학자입니다. (p.101) 

누구나 인생에 대해 생각을 가지고 있고, 모이면 저마다 한 마디씩 말한다. '사랑이란', '삶이란', '죽음이란' 하며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자기 경험에 근거한 생각일 뿐이다. 저자는 이 '생각'과 '철학'을 살짝 구분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누구나 갖고 있는 인생에 대한 이 '생각'에 치열함과 체계가 더해질 때 '철학'이 된다고 한다. 경험에서 얻어낸 자기만의 질문을 붙들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여러 경험을 체계적으로 종합해서 어떤 하나의 깨달음을 얻어내라는 걸로 이해했다. 나는  보통 사람들 수준의 '생각'에  머물러 있다. 고병권이 『생각한다는 것』에서 권한 '다르게 생각하기'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치열함도 부족하고 체계화는 엄두도 못 낸다.

자기만의 철학을 하기 위해서 꼭 경험적 철학자나 전문 철학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철학을 하면 그만입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한 자신의 생각, 자신의 철학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p.126)

  '자기만의 철학을 하라'를 '지금 자신의 수준에서 만족해라.'로 이해하면 안 된다. '보통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끝까지 밀어붙여 체계적으로 일반화시키면 '경험적 철학자'로 등급을 올릴 수 있다. 오랜 시간 한 우물을 파면서 한 분야에 일가견이 생기는 거다. 저자는 억지로 어려운 철학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도 은근슬쩍 전문 철학자로 등급을 올릴 수 있는 길을 제안한다. 철학 개념과 철학 역사 등을 공부해나가되 그것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세우라 한다. 전문 철학자는 한 분야만 파는 경험적 철학자와 다르게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 이렇게 점점 높은 수준의 철학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인간다워지고, 자유로워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프롤로그에서 만났던 '종교는 삶의 의미가 신에서부터 부여되지만, 철학에서 의미는 개인 스스로 찾아가는 것, 혹은 만들어가는 것'이란 말을 떠올려본다. 내가 스스로 내 삶의 의미를 묻고 찾는다면, 그 삶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생각만으로도 신이 나고, 흥분되는 일이다. 『생각한다는 것』에서는 철학 한다는 것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 자유롭다는 것과 통한다 했다.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살 수 있다고 했다. '슬픈 일을 의젓하게 대하고 힘든 일도 몸에 좋은 보약'으로 만들 수 있다 했다. 그러니 철학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보통 사람들이 하는 생각을 뛰어넘어 한 계단씩 철학에 가깝게 올려놓기 위해 아등바등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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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끌려다니지 말고 자신이 궁금한 점을 책에서 찾아야 합니다. 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는 있지만 책을 맹신하거나 철학자의 권위에 눌려서는 안 됩니다. …… 전문 철학자는 철학 책 읽기를 피해 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임을 잊으면 안 됩니다.(p.149)

지금 이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그리고 진정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 거창하게 철학 할 필요는 없습니다.(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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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 책 앞에 기죽지 말자!  공자, 칸트와 같은 전문  철학자들도 당대의 문제만을 다룰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들을 공자나 칸트는 알지도 못했다고 기죽지 말라고 저자는 말한다. 철학자들이 아무리 애를써도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벗어나 사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음에 읽으려고 펼쳐둔 최진석 교수의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의 서문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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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사상을 역사를 초월한 보편적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유로 보는 경향이 있다. 즉 모든 시대를 초월해 신비스러운 영향력을 가진 어떤 것으로 보는 경향 말이다. 하지만 노자도 그의 "시대가 낳은 아들"일 뿐이다. 역사성을 초월하려고 한 사람도 아니다.​

노자가 말한 '도'는 신비스러운 우주의 기원이거나 깨달음의 절정으로서 나온 것이 아니다. 당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철학적 사유가 빚어낸 관념의 정화이다.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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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우리가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최진석 교수는 노자가 무위자연을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보다 '당시 노자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 그렇구나!"하는 깨달음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책을 맹신하지 말라, 철학자의 권위에 눌리지 말라는 탁석산 조언을 떠올리게 된다. 철학 책을 읽으며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철학 책을 읽는 이유는 어려운 철학 개념이나 사상에 통달하기 위함이 아니다. 철학자들이 철학적 문제를 어떻게 발견했으며, 어떻게 철학 했는가를 살피고자 함이다. 보통 사람 수준의 생각을 하는 내가 경험적 철학자로, 전문 철학자로 등급을 올리기 위해 어떻게 철학 하면 되는지 힌트를 얻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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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나니 소크라테스, 디오게네스, 에피쿠로스, 르네 데카르트, 프리드리히 니체, 질 들뢰즈, …… 생소하기만 하던 철학자들의 이름이 한결 친숙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권위에 눌리지 않고, 내가 주인이 되어 철학하겠다고, 내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새로 만들며 살겠다고 마음 먹게 된다. 『생각한다는 것』,『자기만의 철학』을 읽고 철학이 무엇인지 알았고, 철학을 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를 얻었다. 이제 철학자들이 철학을 어떻게 했는지 배워나갈 차례이다. 요즘 서양 철학에서는 니체, 동양 철학에서는 노자에 관심이 간다. 때마침 [밑줄긋는엄마들]에서는 다음 모임부터 니체 작품을 읽을 예정이다. 펼쳐둔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은 혼자 부지런히 읽어보려고 한다.니체가, 노자가 자신이 살았던 시대 속에서 어떤 문제를 건져올리고, 어떻게 철학적으로 사유해나갔는지를 배우겠다. 책에 끌려다니지 말라는 탁석산의 말을 되새기며 나만의 문제를 나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기 위해 공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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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철학에는 마감 시한도 없고, 꼭 도달해야 하는 목표도 없다. 나는 철학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바심 내지 않고 나의 속도대로, 순간순간을 즐기며 공부하고 싶다. 이렇게 해나가다 보면 저자들이 말한 철학해서 얻는'자유'가 어떤 것인지 직접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