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지금은 여유부리기에 알맞은 토요일 저녁시간. 무한도전을 보며 실컷 웃은 덕에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던 몸의 긴장이라던가 하는 건 풀어져버린 지 오래. 이럴 때 연락이 오는거다. 얼마전에 마음에 들어했던 이성에게서.... 긴장을 다시 몸 이곳저곳에 붙이고, 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게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채 약속장소에서 만난 그녀(혹은 그)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거지. "저는 외계인이에요." 당신의 반응은?

 

 물론 비밀이란다. 표지 사진도 분명 말하고 있지 않은가. "쉿!"이라고.... 외계인이지만, 인간의 몸을 복제해서 그 안에 들어갔기 때문에 인간의 감정은 다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 아니 외계인. 어쩜 그리 이쁜(혹은 잘생긴) 인간을 잘도 골라 복제를 했는지.... 암튼, 사랑도 느낄 수 있다고 하고 당신이 좋다고 한다. 당신의 선택은? 설마, 사귀겠다거나, 사귀지 않겠다고 대답하는 당신이라면, 이미 그녀(혹은 그)가 외계인임을 믿어버린 건가?^^

 

 이 책 『카시오페아 공주』에는 다섯 개의 단편소설이 들어있다. 당신에게 당돌하게도 외계인임을 고백했던 그녀가 바로, 「카시오페아 공주」이며, 앞에서 언급한 것이 이 소설의 일부(를 조금 변형했지만...^^;)다. 펀드 매니저인 '나'에게 옛 고향 친구인 태규가 찾아오면서 드러나는 끔찍한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저주에 대한 이야기인 「섬집아이」와, 우연의 연속으로 얽히게 되는 인연 속에서 찾게 되는 사랑과 자아에 대한 이야기인 「레몬」이 이어진다. 마지못해 나간 소개팅에서 만난,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의 남자와의 만남이후 계속되는 스토킹과 납치로 이어지는 「좋은 사람」,누군가의 스토킹을 알아채곤 그 스토커를 몰래 지켜보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중독자의 키스」가 담겨 있다.

 

 외계인, 옛 친구에게 약점이 있는 남자, 핸드폰을 판 그녀에게 관심이 가는 남자, 소개팅, 스토커를 스토킹하는 여자, 다섯 편의 이야기의 줄거리의 간단한 요약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단어(혹은 어구)들이 사실은 진짜 이야기를 덮고 있는 위장술이다. 생각하려고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화해와 용서, 놓치고만 과거, 자아에 대한 고민, 겉과 속, 현실도피를 위한 돌파구같은 것들을 저~ 안에 숨겨 놓고, 그 위를 판타지와 호러, 로맨스, 추리, 멜로로 덮었다. 작가가 의식적으로 그렇게 구도를 짠 건지, 아니면 무의식적인 습관인 건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전체적으로 소재들의 신선함이 즐겁긴 하지만, 스토리가 아쉽다. 「카시오페아」나「좋은 사람」은 스토리나 구성을 좀 더 촘촘히 짜서 장편소설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집아이」는 섬뜩하긴 했지만 수많은 공포이야기들과의 차별성이 별로 없는 듯하고, 「레몬」과「중독자의 키스」는 여운이 좋았다. 단지 진이의 사연이 내겐 왜 별로 와닿지 않을까....

 

 

+글귀의 출처는 『카시오페아 공주』(황소북스, 2010, 1판1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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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저작권은 저작자(출판사)에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