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책의 마지막장을 덮은 어제는 잠잘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정말이지 2권의 이야기는 '엄청났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1권도 재미있었는데, 2권은 2배, 아니 4배쯤 강력해져 돌아왔다. 막상 리뷰를 쓰려고 보니, 이것 참 고민이다. 수많은 반전 중 어느 것 하나, 이야기할 수 없으니 답답하고, 내용없이 이야기하자니 뜬구름잡는 것 같을테니....

어.쨌.든.
펠릭스 캐스터가 돌아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리저리 책앞부분을 꼼꼼히 살펴보는 일로 반가운 인사를 대신했다. 그는 여전히 유쾌했고, 여전히 (비록 행운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말빨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 줄 알았고, 여전히 돈이 없었다. (아, 이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아마 1권과 2권의 사이에 그는, 경찰 자문 아르바이트(?)일도 시작한 것 같았다. 물론, 퇴마사와 경찰이라는 어쩐지 물과 기름같은 두 직업의 성격상, 적당히 쇼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것도 잊지 않는, 우리의 캐스터였다.^^

근근히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연명하는 캐스터에게 한꺼번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요양원에 있던 라피가 폭주하질 않나, 오랜만에 들어온 사건은 엉뚱하기 짝이 없다. 이미 죽은 딸(애비)의 영혼을 피스라는 퇴마사가 납치했으니 찾아달라고, 한 부부가 찾아온 것이다. 게다가 1권에서 내게, 낚시줄을 슬며시 던졌던 그녀, '줄리엣'은 캐스터의 퇴마제자이자 친구가 되어 다시 등장했다. 미카엘 성당에서 일어난 불가사의한 사건과 그 후 머무른 채 없어지지 않는 어둠의 기운에 대한 사건을 맡은 줄리엣이 캐스터에게 조언을 구해온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스모데우스(라피에게 깃든 데몬)의 이상행동과 줄리엣이 맡은 사건이 신경쓰이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의 사건인 애피의 영혼을 납치했을지 모를 피스를 찾다가 늑대인간인 두 명의 루가루에게 공격까지 받고 나자 캐스터는 간단한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고, 풀어가면 풀어갈 수록 개별적인 사건들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점점 하나로 모이기 시작하는데....

『영혼의 목걸이』를 잠못들고 읽게 되었던 건 빠르고 긴장감넘치게 전개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의 흐름이었다. 읽는 이의 뒷통수를 퍽-치고가는 반전과, 뒷통수 가격을 맞고서야 떠오르는 이미 일어났던 사건 속 실마리들 때문에 책을 놓을 수가 없었던 거다. 하나하나가 결코 허투루 발생했거나 언급된 게 없었다는 뒤늦은 깨달음. 치밀한 구성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한층 뚜렷해진 캐릭터들도 돋보인다. 생각보다 많은 분량 출연하진 않았지만, 줄리엣과 캐스터의 미묘한 관계변화도 보여서 3권에서 진행될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툭하 이번 이야기에서는 편집증 좀비인 니키의 활약이 눈에 띄었는데, 까칠하면서도 겁많은 니키가 어찌나 귀엽던지, 뭐니뭐니해도 캐스터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일명 '영혼납치사건'때문에 등장한 애비와 피스, 토링턴 부부, 귈리엄 신부, 루가루인 루커와 포, 팡케, 바스키아 형사반장과 콜드우드 반장, 형사 필즈 등등. 이들은 나를 참 헷갈리게 했다. 착한인물과 악한인물의 이분법적 시각으로는 나눌 수 없는 다채로운 색깔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이 소설이 더 흥미로웠던 거겠지만....

어찌보면 2권은 캐스터의 성장통이 주된 주제인지도 모르겠다. 퇴마에 대한 시각이 '애비'라는 한 소녀의 영혼때문에 자신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변해가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갑자기 죽은 영혼들이 돌아오는 이야기를 할 배경이 준비된 것지도 모른다. 3권은 어떤 이야기일까? 아, 벌써부터 3권이 읽고싶으니.... 어찌 기다리나.

 

	이번 생애에서 고통을 받으면 다음 생애에서 좀더 나은 존재가 되어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나는 신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p.610)

기다릴게, 캐스터.^^

+글귀의 출처는 『영혼의 목걸이』(노블마인, 2010, 초판 1쇄)이고,
본 포스팅의 글귀와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본래의 저작권은 저작자(출판사)에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