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전,  법정스님의 입적소식을 듣고는, 한동안 멍-해 있다가 책장을 죽- 훑어 보았다. 어째서, 나는 그 유명한 『무소유』 한 권 사놓질 않은 걸까. 집에 법정스님의 책 있냐 묻는 엄마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더니, 엄마는 '그렇게 책을 사모으면서, 도대체 무슨 책을 사는 거냐' 하셨다. 그 말에 '정작 좋은 책은 안 사고'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는 걸 왜 모르겠는가. 굳이, 변명을 하자면 '항상 가까이 있는 것 같아서' 사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는 교과서와 문제집을 펴면 있었고, 여기저기 인용도 많이 되는 책이니, 한 순간 마음만 먹는다면 (물리적으로) 가까이 두는 거야 뭐가 어렵겠는가, 생각했었다.

입적소식에, 그리고 그분의 글이 그리운 그 순간에 읽을 책이 없음을 깨닫고, 온라인 서점을 뒤지다가 기사를 읽었다. 말빚을 지고 싶지 않으니 생전에 출판한 책들의 절판을 바라셨다고.... 곰곰이 생각했고, 난 책을 사지 않기로 했다.

그 후의 일은 예상된 바였다. 사람들은 책을 사려 할테고, 그 사람들의 대부분은 선의를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가깝게만 여겼던 그분의 글이 그리워져서, 책을 구매하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마음 나쁜 사람도 몇몇 있었다. 중고판매가는 풀쩍 뛰었다. 물론 판매가는 그 돈을 받고 팔려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일 뿐, 누군가가 그 돈을 주고 샀다는 얘긴 아니니 실제 거래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현상때문인지, 올해까지는 책을 살 수 있게 하겠다 발표되었다. 나는.... 아직도 사지 않고 있다.

책장에 꽂힌 책들 중 얇은 책 한 권을 뽑았다. 『애서광 이야기』. 그러고 보니, 『무소유』도 출판사가 범우사 아니었던가? 문고본도 있었던 것 같고.... 두 권은 제목부터, 서로 반대방향을 향해 달린다. 『애서광 이야기』는 세 편의 단편이 실린 책이다. '시지스몬의 유산'에서는 애서가 라울 규마르가 라이벌인 줄 시지스몬이 죽자, 그의 책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지스몬의 유산상속자이자 자신보다 연상인 에레오노르와 결혼을 하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책을 그는 결국 갖게 될까? 두번째 단편인 '애서광 이야기'는, '갸코모'라는 헌책방 주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상에서 한 권뿐인 책'에 대한 그의 집착을 보여준다. 마지막 단편 '보이지 않는 수집품'은 눈이 멀어버린 수집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에게 고서, 그림은 읽기 위한 책이나 보기 위한 그림이 아닌 듯하다. 초판본, 화려한 표지장식, 몇 권 안되는 책에 집착하는 그들은 결코 자신이 읽기 위해 그 책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문득 궁금해진다. 지금처럼 책을 기계로 많이 찍어내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의 책들도, 시간이 지나면 귀한 대접을 받게 될까?

나도 좋아하는 책은 1쇄본을 탐내곤 한다. 저자 사인본에 대한 애착도 있다. 하지만, 책을 수집용으로 사지는 않는다.(물론 그럴 돈도 없지만.^^;;) 내게 책은 '그 속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다. 하지만, 이런 비블리오마니아들에 대한 이야기도 내 흥미를 잡아 끌곤 한다.

....『무소유』의 소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글귀의 출처는 『애서광 이야기』(범우사, 2006, 초판 2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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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저작권은 저작자(출판사)에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