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대가 낳은 프랑스의 최고 지성인이라 불리는 철학자이자 작가의 독특한 사유가 담긴 책이다.

작가는 그동안 쌓아 온 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특히 반대에 놓여 있는 두 개념, 혹은 사물들을 같은 선상에 놓고 그 위에 새로운 생각들을 부여해 준다.

'남자와 여자', '사랑과 우정'을 비롯하여 '존재와 무'에 이르기까지 116개의 다른, 하지만 또 같게 개념들을 한 데 묶는 작가의 사유방식은 정말 놀랍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이성과 감성이 동시에 발달하는 듯한 생각이 든다.

 

인상 깊었던 대목은 '재능과 천재성'에 관한 글이었다. 천재성과 재능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면서 늘어놓았던 문장들 중 글의 끝을 장식하는 인용 구절이 특히 나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 책에서는 글의 말미마다 이 글과 관련 있는 유명 인사들의 어록을 실어 놓았다. 이 테마에서는 앵그르의 말이었다. "재능을 가지고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천재성을 가지고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이 문장은 마치 내 머리를 큰 망치가 강타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천재성으로 하는 것인가, 재능으로 하는 것인가?

 

인간은 누구나 천재성, 재능, 솜씨, 잔재주 등 네 가지 능력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는데, 나의 천재성은 언제 어디서 발현되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특히 어떤 능력이 얼마만큼의 비율로 뒤섞여 있는가 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은 더욱 나를 절망케한다. 하지만 절망에서 그쳐선 안되겠지.

 

책을 덮으면서 작가의 엄청난 사유량에 놀라게 되는 책. 나도 작가처럼 어떤 형식으로든 누군가에게 자극을 줄 수 있을까?

모처럼 흥미로운 철학책을 만나서 기쁘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